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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혹시 ‘디지털 치매’ 아니야2005-12-06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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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주원(34) 씨는 얼마 전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나왔다가 집 전화번호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었다. 늘 휴대전화 1번 버튼을 길게 눌러 연결하는 데 익숙해진 탓인지 전화번호가 머릿 속에서 뱅뱅 맴돌기만 하고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1년 전 차를 구입하면서 옵션으로 장착한 내비게이션이 이날 따라 시동을 걸자마자 작동을 멈춰버리는 바람에 거래처를 찾아가는 데도 곤란을 겪었다. 늘 다니던 길이지만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운전했던 탓에 순간적으로 ‘길치’로 전락했다.

이런 현상은 일종의 ‘디지털 치매’다. 인간의 기억 보조장치로서 디지털 기기 역할이 증가하면서 자주 발생하는데 ‘IT 건망증’이나 ‘과학기술로 인한 건망증(Technology amnesia)’으로도 불린다. 특히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은 20~30대 사이에서 자주 발생한다.

▶30대 치매?=결론부터 말하면 조기 치매는 아니다.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 자체가 곧바로 뇌의 기능이나 기억력에 문제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의들은 기억력의 문제보다는 ‘집중력’이 떨어져 발생하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김동억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인간의 뇌는 생존에 꼭 필요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기억하려는 본능이 있는 데 디지털 기기가 이를 대신 기억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우리 뇌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인출 기능이 게을러진 것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특정 정보가 필요할 경우 뇌 속에 저장된 내용을 찾아 끄집어내는 과정이 인출인데 이 기능이 원활할수록 기억력은 좋아진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가 뇌를 대신해 정보를 다 저장해주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귀찮은 인출 과정을 대신해 주므로 자연히 뇌 속의 내용을 끄집어 내는 인출 능력이 더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력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법.

인간의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영역에서 담당하는 데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마가 위축돼 기억의 용량이 줄어들 수 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또 ‘기억’ 보다 ‘검색’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이어진다. 윤세창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기억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검색의 편리성이 더해지면서 기억할 수 있는 내용조차 디지털기기에 저장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살리자=전문의들은 의도적으로 한 박자 느리게 사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디지털 치매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일상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동억 교수는 "식물을 가꾼다거나 애완동물을 키우거나 그날 일을 컴퓨터가 아닌 다이어리에 적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습관 등이 도움이 된다”며 “디지털 기기가 기억에 대한 뇌의 기억 부담을 덜어주는 만큼 창의적인 사고를 위한 뇌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출처 : 헤럴드 생생뉴스 최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