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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론] 교원평가는 교사의 질적향상에 도움된다2005-11-18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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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도올 선생에게 대화를 제안하며

오마이뉴스에 실렸다가 한겨레 신문에 다시 실린 도올 김용옥 선생의 교원 평가제에 대한 글을 읽었다. 먼저 그의 글은 대단히 현학적이고 핵심을 분명하게 하지 않는 글이어서 읽는 데 상당한 인내력을 필요로 했다. 그의 긴 글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밥알 하나를 먹기 위해 한 대접의 물을 들이킨 느낌이었다.

그가 자기의 주장을 하기 위해서 자기의 학력이나 지식을 동원하였는데, 그 대부분은 군더더기였다. 그런 것이 없이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내용을 쓸 데 없는 내용으로 지면을 매워 나는 장장 8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인쇄하여 읽었다. 평소에 김용옥 선생의 지식에 대한 내 견해는 "알면 유식하게 들리나 몰라도 하등의 불편이 없는 그런 지식"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것을 또 느꼈다.

먼저 도올 선생이 자기의 글에서 "내가 하바드 다닐 때"라는 내용을 여러 번에 걸쳐서 말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도 글의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군더더기였다. 굳이 그런 내용에 대응하는 것이 어리석게 보이나 그런 권위가 없이는 글의 내용을 지탱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문화인 점을 감안하여 나도 먼저 그렇게 나를 소개해야겠다.

나는 미국 오레건 대학교에서 특수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10년간 미국의 사범대학에서 교사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학교 교육에 대한 한 김용옥 선생보다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쓸데없는 서론은 이 정도로 하고 김용옥 선생의 글에 대해 살펴보겠다.

교원 평가는 형성적인 평가(formative assessment) 가장 적합

김용옥 선생은 "교원 평가라는 것이 가능하면 좋겠는데 근원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 평가라고 하는 것은 객관화될 수 있는 수량적, 계량적 기준을 말하는 것인데..." 하고 말하였다. 이것은 평가에 대한 김용옥 선생의 매우 편협한 견해를 말하고 있다.

김용옥 선생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교육학에서 통용되는 평가의 정의를 소개한다. 평가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으로 흔히 정의된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평가를 하여 내리는 결정의 유형이 어떤 과정에 합격시키거나 탈락시키는 목적, 즉 적합성(eligibility) 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김용옥 선생의 평가에 대한 관념도 이 정도인 것 같다. 그러나 학교 교육에서 내리는 결정은 이 밖에도 많다.

먼저 평가를 받는 사람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어디서 이 사람을 가르치기 시작할 것인가 하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진단 평가 (diagnostic assessment)를 실시한다. 그리고 일단 그 사람에 대한 교육이 시작되면 그 교육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수시로 그 추이를 평가하는데 이것을 형성적인 평가 (formative assessment)라고 부른다. 그리고 어떤 과정의 교육을 다 시킨 후에 그 누적적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하여 종합 평가 (summative assessment)를 실시한다.

이 중에서 교원 평가에는 형성적인 평가가 가장 적합하다. 형성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를 한 번만 실시해서는 안 되며 일 년에 두 번씩 실시하여 최소한 3년은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 여러 번의 평가 결과를 그래프를 사용하여 한 곳에 집약시키면 그 교사의 역량이 향상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교사의 역량이 향상하고 있는데도 그 교사를 징계하는 어리석은 조치는 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결과를 반드시 교사에게 주어 그 교사 자신이 검토하고 개선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 김용옥 선생은 학생이 교사를 정직하게 평가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였는데, 이것은 어느 나라나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 변인을 통제하려면 같은 평가를 여러 번에 걸쳐서 실시하면 된다. 똑같이 정직하지 않은 학생들이라도 교사의 역량이 시간을 두고 향상되는 것을 측정할 수는 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교원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김용옥 선생이 말한 "교원 평가는 이미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려운 혼자만의 주장일 뿐이다.

또한 김용옥 선생은 평가가 단지 수량적인 정보 수집만을 가리키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 또한 평가에 대한 좁은 견해이다. 김 선생이 미국에서 공부하였다니 미국의 대학에서는 수량적 평가와 더불어 서술적 평가도 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의 경험으로 보면 수량적 평가도 나 자신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서술적 평가, 즉 "본 교수의 교실 수업 가운데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다. 물론 어떤 학생은 의도적으로 교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내용을 쓰지만, 그런 것은 무시하면 된다.

여기서 "학생에게 평가를 받느니 죽음을 택한다"는 극단적인 말을 한 김용옥 선생의 견해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교사가 존재하는 궁극적 목적은 학생의 배움이다. 그러므로 교사가 유능하냐 아니냐 하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지식의 양 보다는 학생이 그 교사의 가르침을 통하여 얼마나 잘 배우느냐로 평가된다. 교사가 아무리 유식하게 떠들어도 학생이 잘 배우지 않으면 그 가르침은 '원맨쇼'에 불과하다.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기본이고, 교사는 학생이 처음 어떤 수준에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학생의 보폭에 맞추어 기교 있게 가르쳐야 한다. 학생이 배우는 데 어려워하면 교사는 가르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교사가 자기의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이 쉽게 배우는가를 보는 것이다.

학습에 관한 한 교사를 평가하는 방법은 학생에 물어보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교사가 가르치기 전에 학생들의 학력과 그 교사가 얼마 동안 가르친 후의 학생들의 학력을 비교해 보면 누가 뭐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그 교사의 가르치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교사가 하는 학생의 행동 지도도 같은 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사가 자기 개선을 위하여 학부모의 의견을 듣거나 다른 교사로 하여금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를 하게 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평가가 잘못 사용되어 단지 한 번의 평가로 교사를 축출하는 데 있다면 이것은 큰 문제이다. 이렇듯 교원 평가는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교육에 큰 독이 될 수도 있고 교사의 질적 향상에 큰 이익이 될 수도 있다.

교사의 질은 우수...하지만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달라

미국에서 교사 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한국의 교사 자원은 세계에서 상위의 질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할 때나 학교를 다닐 때 "공부 잘 하면 나중에 선생 밖에 못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과연 한국의 교사들은 탁월한 학업의 소질을 가진 사람들이다. 미국에서는 여자의 경우는 소신을 가지고 학업 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교사가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수많은 교사 지망생들이 다른 더 수익성이 좋은 분야로 못 가서 오는 사람들이다. 교사가 그리 대접을 잘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자원의 질이 한국보다는 많이 낮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사들이 지적 수준이 높다고 해서 가르치는 기능이 우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르치는 역량(pedagogical competence)은 그 사람의 지식과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교생 실습 지도를 해 보면 대학 강의실에서는 좋은 성적을 나타내던 사람이 가르치는 기능은 그리 우수하지 못한 예를 종종 발견한다. 사범대학은 그런 기능을 잘 가르쳐야 하고, 현장에서 교사가 그런 기능을 배워 나갈 수 있게 학교는 최대한의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원 평가를 잘 사용하면 그런 기능을 향상시켜 학생들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김용옥 선생은 자기의 전공 영역을 떠나 너무 여러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려고 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교육부 당국이나 교사 및 학부모들이 평가라는 것에 대하여 올바른 관념을 갖기를 바란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창남(leec)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