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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민 조금만 더 일찍 올걸…”2006-05-06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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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②장애 이겨나갈 힘과 꿈
청각장애 자녀 위해 캐나다 간 최진학씨
수업마다 수화통역사·필기사 지원

대전에서 컴퓨터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최진학(53)씨는 1999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해 수퍼마켓을 운영하며 산다. 최씨의 이민은 청각장애가 있는 당시 16살의 아들 때문이었다.

최씨는 아들 정문군이 차별받거나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할 방법을 고민하다 캐나다 이민을 택했다. 최씨 가족은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했다.

어렸을 때 왔으면 귀 속에 있는 와우관(달팽이관) 수술과 언어치료까지 다 무료로 받을 수 있었을텐데, ‘나이가 많아 이 수술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수술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전기자극으로 바꿔 청각장애인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캐나다에선 이 수술이 무료다. 반면 한국에서 수술비는 1천만원이 훌쩍 넘고 수술 뒤에도 장기간 언어재활치료를 받아야 해 웬만해선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

장애인에 대한 캐나다의 꼼꼼한 지원제도는 최씨 부부의 짐을 훨씬 덜어줬다.

정문군은 일반 고등학교 안에 있는 특수학급을 다녔다. 때문에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학부모 상담이라도 있는 날엔 정문군을 위해 전문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상담 교사들은 물론이고 최씨 부부와 정문군을 위해 수화통역사에다 일반 통역사까지 따라붙어 작은 상담실은 가득 찼다.

정문군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자 사회복지사가 진로상담을 위해 집으로 찾아왔다. 사회복지사는 정문이가 대학에 가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무슨 기술을 배워 어디에 취직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자세히 일러줬다. 대학진학을 선택한 정문군은 현재 청각장애인을 위한 예비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본격적으로 대학공부가 시작되면 강의를 수화로 통역해주는 사람과 강의내용 필기를 대신해주는 사람이 수업마다 따라붙게 된다.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도 계속 이어진다. 정문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장애어린이수당(Child Disability Benefit)’이라는 이름으로, 어른이 된 뒤에는 ‘장애인지원계획(Disability Support Plan)’에 따라 다달이 70만~90만원이 들어온다.

장애 어린이를 끝까지 보살펴 완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이끌어주고 있는 것이다.

최씨는 “캐나다에 이민을 온 순간 100만달러를 벌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정문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내가 죽기 전에 적어도 10억원은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캐나다에서는 내 도움 없이도 정문이가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느덧 23살의 청년이 된 정문군에게 또다른 희망의 빛을 보고 있는 최씨는 “장애인은 부모가 돌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돌봐야 한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매일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 한겨레 토론토/유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