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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시각장애인이 봄 꽃놀이 즐기는 4가지 방법2006-04-17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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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꽃놀이가 제일 좋아요"
탄성과 꽃내음, 느낌, 추억 떠올리기

봄꽃 정취가 절정을 향해 가는 지금, 나들이에 나선 시각장애인들은 과연 어떻게 봄꽃놀이를 즐길까?

주말에 남산에서 벚꽃놀이를 즐긴 시각장애인 조성옥씨는 17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 개그맨 노정렬)와의 인터뷰에서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봄꽃놀이”라며 “우리가 벚꽃축제 등 꽃놀이를 즐기는 방법에는 4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조성옥씨는 “먼저 중요한 것은, 귀로 들리는 꽃구경객들의 말과 탄성”이라며 “꽃을 보고 이렇게 저렇게 묘사하고 탄성을 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꽃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행복감을 느낀다”면서 “꽃을 직접 눈으로 보는 이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우리도 함께 상상하며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봄꽃놀이를 즐기는 두 번째 방법은 코로 흘러오는 꽃내음”이라며 “시력을 잃으면서 발달한 후각을 통해, 꽃의 종류뿐 아니라 활짝 핀 정도를 느끼고 떠올리며 표현할 수 없이 은은한 벚꽃 내음도 우리의 상상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번째 방법도 아주 중요한데, 바로 손에 만져지는 꽃잎의 느낌”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꽃을 만져 느껴지는 촉각을 잘 모르지만 시각장애인들은 꽃이 주는 촉각에서 꽃의 색깔, 상태, 종류들을 떠올리며 기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조씨는 “우리가 봄꽃놀이를 즐기는 마지막 수단은 시력을 잃기 직전 갖고 있던 꽃에 대한 인상과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라며 “나 역시 꽃길을 걸으면서 시력을 잃기 전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갖고 있는 꽃 느낌과 추억들을 새롭게 떠올리고 머리 속에 그 꽃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그걸 감상한다”고 말했다.

조성옥씨는 “꽃길을 걷는 기쁨은 비장애인들과 우리 시각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면서 “선운사 동백꽃이 활짝 핀 길 걸을 때도, 바다 내음과 파도 소리, 소나무 향기가 넘치는 안면도를 걸을 때도, 시각장애인들은 보통 사람 못지 않은 감흥을 느낀다”고 전했다.

조씨는 “가장 즐기는 꽃길은 서울 남산”이라고 밝힌 뒤 “남산은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섬세해, 지난 주말에도 같은 시각장애인인 남편과 단 둘이 벚꽃놀이를 즐겼다”며 “저만치서 들려오는 다른 시각장애인 친구의 목소리에 서로에게 다가가 반가움을 나누는 일도 기쁨”고 말했다.

그러나 조씨는 “여의도 윤중로와 같이 너무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을 가지 못한다”며 “사진 찍는 관광객으로 붐비다보면, 시각장애인들이 관광객과 부딪혀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오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라고 하는데, 장애인을 대하는 배려와 시선이 많이 나아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우리 시각장애인들도, 몸은 좀 불편하지만, 보통 사람이 느끼는 모든 걸 다 느낄 수 있고, 또 실제 느끼고 있다는 것, 보통 사람과 똑같다는 것, 이런 걸 좀 알아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출처 :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 이진성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