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소식란
소식란

제목올림픽이 남긴 것, ‘사람과 시스템’2006-03-20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제9회 토리노 동계장애인올림픽 폐막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인상깊어

연재]이현옥의 토리노 통신

토리노 동계장애인올림픽이 오늘 성대한 폐막식과 함께 조금 전 종료됐다.

내게 있어 이번 토리노 동계장애인올림픽은 장애인체육 입문 이후 3번째 올림픽이었다. 나름대로 ‘짬밥’(?)이 생겨 업무에 허덕대지 않고 대회 자체를 면밀히 지켜보는 여유를 가진 대회이기도 하다. 대회 자체가 느슨했다기보다는 이탈리아인들의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융통성이 많았던 대회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장 초반엔 짓다만 선수촌 건물을 비롯해 엉성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대회 운영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오늘 폐막식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그들의 엄청난 창의력에 솔직히 말할 수 없는 열등감을 느꼈다.

대회 기간 중 관람석에서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관중들을 보고는 '이 사람들은 암에 걸릴 일 없겠다'란 생각도 했다. 이들의 대회 운영 시스템은 말할 수 없이 엉성했다만,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은 더 말할 수 없이 유연하고 창의적이었다.

폐막식은 도심 한복판의 광장에서 질서 있게 펼쳐졌으며, 각국 선수단은 더할 수 쾌적하게 그들의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장애인체육회 창립 이후 가진 첫 올림픽, 많이 부족하고 빠트린 것 투성이인 대회였다만 이 모든 것은 버전 업을 위한 통과의례였다고 감히 생각한다.

선수단 단복 색깔 선정 같은 작은 일에서부터, IPC 위원들과의 비즈니스 미팅 같은 큰일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체육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는 총 연장 129km에 이르는 이곳 세스트리에의 슬로프만큼이나 길고도 어렵다.

그렇지만 오늘 알파인스키 좌식에서 우승한 교통사고 절단장애인 빅터 스테파니(할리우드 영화배우 출신)처럼 멋진 웃음이 있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폐막식의 가장 중요한 주제였던 '사람'을 생각하면 말이다.


*필자 이현옥씨는 대한장애인체육회 대외협력팀에서 일하고 있으며, 제9회 토리노동계장애인올림픽 소식을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달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출처:에이블뉴스 기고/이현옥 (hole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