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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주 특별한 장학금200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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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버거'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저씨, 장학금, 콜라, 싸다, 노력…."

몇 평 남짓한 작은 가게엔 언제나 학생들이 북적댄다.

고기와 야채 냄새가 가득한 이 곳엔 항상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

학생들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의 얼굴에는 행복 가득한 기운이 넘쳐난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후문 앞에 자리한 영철버거.

이미 고대 앞에 명물로 자리 잡은 이곳엔 영철버거보다도 더 유명한 학생들의 든든한 큰형님 이영철(38)씨가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막노동을 전전하다 고대 앞에 리어카를 끌고와 시작한 영철버거.

이제 어엿한 가게의 사장님이 됐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다.

영철버거를 찾아와 먹어주고 함께 웃고 떠들고 때로는 인생 상담도 하는 그의 생활의 일부인 학생들에게 빚을 갚는 일이다.

학생들 귀찮게 하기 싫다며 장학금 수여식에도 불참해

이씨는 지난 2004년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고심 끝에 장학금 2천만원을 고려대학교에 놓았다.

졸업생 고영(30)씨는 "처음에 그 말 듣고 놀랐다. 당시 아직 신용불량자 상태라 좀더 성공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겠냐며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나중엔 더 못할 거 같다고 한 형님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측은 이영철씨의 귀한 뜻을 받아 3년째 장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고대 학사지원부 박규옥씨는 "2년 전 이씨가 어려운 학생들 위해 써달라고 가져왔다"며 ""벌써 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20명이 넘지만 이씨는 한사코 앞에 나서길 꺼려한다"고 전한다.

박씨는 "장학금 수여식 안하려고 하셔요, 외부에 알려지기 위해 한 거 아니고 학생들을 귀찮게 하기 싫으시대요"라고 덧붙였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역시 이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지난해 장학금을 받은 한 학생은 "자신도 어려운데 어려운 학생들 위해 내놓아 감사하다"고 했고 "정말 고마워 찾아가서 말씀드렸다"는 또 다른 학생은 "당시 학비를 벌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무척 도음이 됐다"면서 "나중에 아저씨처럼 어려운 학생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 장학금은 제가 주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주는 겁니다"

이영철씨 역시 올해에는 더욱 힘든 상황이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학금을 내놓았다.

이씨는 "금년에는 저도 가게가 있던 건물이 허물어지면서 갑자기 확장하게 돼 여러가지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는데 졸업생들이 많이 도와줘 약속 지킬 수 있었다"며 오히려 모든 게 학생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살아가면서 같이 나눌 수 있는 게 행복한거지, 어느 누구나 그런 마음 실행할 수 있는 게 힘들다"며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나 역시도 학생들에게 살아가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기쁘다"고

학생들 역시 이영철씨의 이 같은 마음을 잘 알아선지 영철버거는 항상 북적인다.

"아저씨 좋은 일 하셔요, 그러시기가 쉽지 않은데 훌륭하다"며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아무 조건 없이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다는 이영철씨는 이 장학금은 자신이 주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주는 거라며 활짝 웃었다.

"이건 제가 주는 게 아니라 고대생들이, 우리 가족들이, 자신의 후배들에게 주는 겁니다."

출처 : CBS사회부 곽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