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선 관장 “이완수 이사장도 지켜봤다”
인권위에 진정서 제출…“명예회복 할 터”
“광진구장애인연합회 김효식 회장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찾아와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완수 이사장실로 불렀다. 이완수 이사장, 백승완 사무총장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미리 타이핑해온 사직서에 서명을 하라고 강요했다.
‘당신이 데리고 온 총무팀장을 죽이겠다’ ‘당신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그냥 내보내지 않고 이곳에서 나갈 때는 병신을 만들어 주겠다’ ‘지금 당장 사직해라’며 언어폭력을 행사했다. 안 쓰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사직서에 사인을 했다. 지장도 찍어야한다고 해서 지장까지 찍었다.
또 이 사직서는 강압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자의에 의해서 작성한 것이라는 단서까지 달으라고 해서 직접 그 말까지 썼다. 3시간 만에 다 끝나고 나가는데 이완수 이사장이 김효식 회장에게 ‘해하지 말라’라고 하더라.”
이는 정립회관 권혁선(62) 관장이 직접 전한 지난 2월 27일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완수 이사장실에서 발생한 사건의 요지이다. 권 관장은 지난 9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러왔다가 만난 몇몇 언론사 기자들에게 자신이 당한 사건을 상세히 밝혔다.
권 관장은 “사무국장이 요청해 광진구장애인연합회측이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는 7월 수영장이 완공되면 매점, 자판기 등 각종 이권사업을 탐내고 개입하는 것 같다. 내가 있으면 자기들 마음대로 안 될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완수 이사장과 나와의 노동조합에 대한 견해 차이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나와 이완수 이사장은 장애인복지사업보다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이완수 이사장으로부터 공대위가 목요일 마다하는 집회를 제지하고, 이사들의 집과 개인 직장에 가서 하는 시위를 막으라고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관장 대 노조원이 아니라 관장 대 직원으로 노조원들을 대하려고 했다. 내가 노조원을 대하는 방식이 이완수 이사장은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권 관장은 “최윤영 전 사무국장이 4개월 만에 권고사직을 당한 것도 바로 노동조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권 관장은 노동조합 건을 비롯해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완수 이사장으로부터 각종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제시한 가장 대표적인 무리한 요구는 사무국장 채용 건이다.
“서울시 지침에 따르면 사무국장 채용은 관장의 권한이다. 그런데 여기는 법인이 권한을 갖고 있다. 이완수 이사장이 이사회로부터 사무국장 채용 건을 위임받았다면서 총 4명의 후보자를 제시했다. 그중 3명은 1년이면 그만둘 사무국장을 왜 하느냐며 고사했다. 현재 사무국장인 김경동씨만 자신이 자청해서 하겠다고 하더라. 나는 처음부터 자격이 안 된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이완수 이사장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배워가면서 하면 된다고 김씨의 사무국장 임명을 강행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추천서를 썼다. 김씨는 현재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없다.”
권 관장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자신이 당한 사직서 강요사건에 대해 철저히 진상조사를 할 것과 서울시 지침을 어긴 법인의 사무국장 선임권한에 대한 시정 및 자격미달 사무국장 선임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권 관장은 현재 정립회관 관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계속해서 관장 업무를 보면서 마무리를 하겠다는 것이 권 관장의 계획이다. 하지만 법인측에서 권 관장의 사직서를 수리하고, 사무국장 체제로 정립회관을 운영하라는 지시를 내려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권 관장은 “오늘(9일) 아침에 사무국장이 관장실로 찾아와서 은행 결제 도장과 관인을 달라고 왔더라. 나는 아직 사퇴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거부했다”면서 “나는 이제 정립회관 관장직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정립회관이 정상화되고, 명예회복만 하면 바로 물러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권 관장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지난 1971년 한국복지재단에 입사해 지난 2000년까지 30년 동안 사회복지사업을 해온 인물이다. 이후 다니엘복지원 원장, 송천한마음의집 원장을 거쳐 지난해 7월 정립회관 관장에 부임했다.
“지난해 12월 말에 후원의 밤을 열었는데, 티켓 팔아서 내가 도망치려고 했다는 모함까지 들어야했다. 사무국장이 신입직원을 시켜 인터넷에 글까지 올렸다. 한번은 그 직원하고 밖에서 잠시 만났는데 납치했다고 난리가 났다. 내가 사회복지인생을 마무리하면서 장애인들에게 ‘도둑놈’ '사기꾼'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사회복지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창피하다.”
출처: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