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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폐품주워 어려운 이웃돕기 2년2006-02-03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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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검은색 솜털 점퍼를 껴입은 성은하(63) 통장. 그녀가 폐품이 가득 담긴 손수레를 끌며 집을 나서자 이웃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아휴, 또 폐품 수집하러 가시나봐요.” “날씨도 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1동 18통 통장인 성씨는 동네에선 ‘폐품 수집하는 통장님’으로 유명하다. 지난 설 명절엔 폐품을 판 돈으로 20㎏짜리 쌀 65포대를 사서 동사무소를 통해 불우이웃에게 나눠줬다. 작년 설에는 결식 아동에게 은행 통장을 만들어 5만원을 넣어 주고, 20㎏짜리 쌀 50포대를 사서 어려운 이웃들 나눠 주라고 동사무소에 기부하기도 했다.

성씨가 살고 있는 심곡본1동엔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불우이웃이 630여명이나 된다. 1999년부터 통장을 맡은 심씨는 ‘어떻게 하면 이들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까’하고 늘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근처에 버려진 폐품들을 봤죠. ‘잘 모아서 재활용하면 좋을텐데…’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이웃도 돕고 재활용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길을 찾아낸 거죠.”

2004년 1월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폐품 수집을 시작했다. 동사무소에서 통장 일을 하는 시간을 빼고는 밤이고 낮이고 손수레를 끌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휙~돌고 저녁 식사 후에도 동네 이곳저곳을 훑으며 폐휴지가 하나라도 더 있는지 찾느라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는 날도 있다. “제일 힘들 때가 날씨가 궂은 날이에요. 겨울 새벽 길을 나설 땐 살얼음에 미끄러질까봐 움츠러들구요.”

폐휴지 1㎏당 받는 돈이 겨우 40~50원. 신문과 쇠붙이도 1㎏에 80원이 고작이다. 하루 10시간씩 움직여도 많아야 4000~5000원, 적을 땐 800원 가량이다. 성씨는 “한 마디로 개미가 티끌 모으듯 하는 일”이라며 “그래도 그 티끌이 모여서 태산이 됐을 때 얼마나 보람 있는지 몰라요”라고 했다.

처음엔 성씨 뒤로 “아이, 저 사람은 그리 어렵지도 않은데 뭘 저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려고 하나”하는 이웃들의 소곤거림이 귓등을 스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성씨는 “내게는 남모를 목표가 있으니까…”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제일 기쁠 땐 제 집 앞에 놓여 있는 폐품 손수레에 동네 사람들이 폐품을 한 점 한 점 놓아두고 갈 때예요. 이럴 땐 힘든 게 싹 가시더라구요.”

“원래 건강 체질이었지만 오래 걷다보니 저절로 체력이 강해져 더 건강해진 것 같다”는 성씨는 “남을 위해 일하다보니 나도 이런 복을 받네요”라며 웃었다.

출처: 조선일보 오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