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T기업에서 근무하던 K대리는 몇 개월 전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그는 요즘 자신이 새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K대리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료들과 업무협의를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람의 업무에도 일절 참견하지 않았다.
그게 동료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K대리는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성격이 거만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는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경력사원 성공 가이드´란 보고서가 꼽은 경력직의 적응 실패 사례다.
최근 기업들이 경력직를 많이 뽑으면서 직장을 옮기는 이들도 많아졌지만 이에 못지 않게 이직을 반복하는 경력사원도 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강진구 책임연구원은 "회사가 경력사원에게 기대를 거는 만큼 경력사원이 느끼는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며 "경력사원들은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조기에 새 직장에 적응할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경력사원 성공 포인트를 요약했다.
몸에 밴 예전 직장의 기업 문화를 빨리 털어내야한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직무 수행의 자세도 현 직장과 맞춰야 한다.
가치관과 행동 방식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직장의 문화를 버리는 ´폐기학습(unlearning)´이 필수적이다. 새 직장 문화에 익숙해지려면 때에 따라 동료나 선.후배의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 멘토(상담과 지도를 해주는 사람)를 확보하면 더욱 좋다. 멘토는 꼭 상사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동료나 후배라면 자연스럽게 새 문화를 익힐 수 있다. 또 스스로가 손님의 느낌을 갖고 있는 한 새로운 조직에서 성장하기 어렵다. 특히 현 직장의 단점을 들춰내는 언행은 금물이다. 과거의 직장 자랑을 늘어놓으면 동료들이 ´그렇게 좋은 회사를 왜 나왔어?´라는 생각을 할수 있다.
경력사원의 입사는 기존 직원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할수 있다. 연차가 비슷한 사이라면 또 하나의 경쟁 상대로, 후배들은 달갑지 않은 윗사람의 등장으로 비칠 수 있다. 이런 기존 사원들의 생각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먼저 경력이 있다는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같은 배를 탄 동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와 동료뿐 아니라 후배에게도 적극적으로 먼저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료들의 도움이 없이는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것이 직장생활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얼마나 빨리 구축 하느냐에 조기 정착 여부가 갈릴 것이다.
경력사원이 신입사원과 다른 점은 경험이다. 특히 상황과 여건에 맞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야말로 경력사원의 강점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회사의 문제점을 보고 그 해결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회사가 자신을 뽑은 배경을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의 비전과 맡은 직무의 가치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고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과 열정이 솟아난다.
작은 실패나 성과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도 뭔가를 보여주려고 조급한 마음에 성과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조직 적응에도 실패할 수 있다.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일부터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경력사원이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중요한 일을 그에게 맡기는 회사는 거의 없다.
또 약간의 어려움에 봉착해도 쉽게 이직을 생각하는 경력사원이 적지 않다. 자주 회사를 옮기는 것은 업무능력이나 원만한 대인관계에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고 성공하려면 장기적인 전략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여러 번 회사를 옮긴 이력서를 달갑게 여기는 회사는 없다.
출처 : 중앙일보 서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