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 정시모집에 당당히 합격한 정아영(20)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10살이 돼서야 맹학교에 입학했던 그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삼수 끝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당당히 입학했다.
정씨는 26일 “대학 정시모집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믿기 힘들었 다”면서 “대학 새내기가 돼서 마음껏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 려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1.7kg의 미숙아로 태어난 정씨는 생후 3개월 때 고열로 양쪽 시 력을 모두 잃었다.
정규 교육은 10살 때 부산의 한 맹학교에 들 어가면서부터 받기 시작했다. 공부가 재미 있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이듬해엔 4학년으로 월반도 했다. 이후 2000년엔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경기 분당으로 이사온 뒤 일반고교인 성남효성고에 입학했다.
정씨는 “사회에 나가면 어차피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 려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반학교를 택했다”면서 “고교 3년 동안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친구도 사귀는 등 행복한 학교생활 을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고교졸업 직후인 지난 2004년 충남 천안의 한 대학 기독 교 학부에 입학했다. 그러나 정씨는 “더 넓은 세상에서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두 달만에 대학생활을 접고 본격 적으로 수능 준비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정씨는 매일 6시간씩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청취했고, 6시간은 대학생 도우미들의 도움 을 받아 수능 교재를 공부하는 강행군을 했다.
정씨는 “언어영역은 긴 지문을 한번에 듣고 내용을 기억해야 하는 등 수능 공부를 하면서 좌절도 겪었다”면서 “그러나 그 과 정에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정씨는 “대학에서도 점자 교재를 구하기 쉽지 않은데다 학교 내에서도 보행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된다”면서도 “전공 공부를 열 심히 해서 세상 사람의 마음을 깨끗이 치유해주는 정신치료 상담 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처: 문화일보 박수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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