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10만 양병론 (上)◆
지난해 말 온 국민이 ´황우석 쇼크´로 긴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거짓으로 탄로난 데 대한 배신감이 컸지만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영웅이 사라졌다´는 허탈감과 불안도 이에 못지않았다. 미래의 생명공학(BT) 산업을 황 박사에게만 의존해 왔던 인재 부족이 가져온 결과다.
매일경제가 국가경영의 새로운 어젠더로 제시하는 ´신(新) 10만 양병론´은 지금부터라도 두터운 글로벌 인재 풀을 구축해야 10년 후의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필요성에서 출발한다.
◆ 10년을 내다보기 어려운 한국=1583년 율곡이 제창한 10만 양병론은 12문장의 한시에 10만 대군의 필요성부터 배치방법, 활용법, 육성법 등을 모두 담았다.
10만 대군의 필요성에 대해 율곡은 이렇게 집약했다. ´국세지부진극의(國勢之不振極矣ㆍ나라의 기운이 부진함이 극에 달했다) 불출십년당유토붕지화(不出十年當有土崩之禍ㆍ10년이 못 가서 땅이 무너지는 화가 있을 것이다)´
423년이 지났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에 대해 유사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2005년 OECD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총연구개발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64%로 미국(2.60%) 독일(2.50%)을 웃돈다. 종업원 1000명당 연구원수도 6.8명으로 OECD 평균인 6.5명을 상회한다.
하지만 인구 100만명당 특허수는 10.6개로 OECD 평균인 37.5개의 3분의 1도 안 된다. 과학ㆍ공학관련 논문수도 100만명당 233개로 OECD 평균 468개의 절반 이하다.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도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성과는 부족한 게 한국 과학기술의 현주소이다. ´인력´은 많지만 ´글로벌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 전방위 인재 개발=율곡은 ´전방위 인재양성론´을 주창했다. ´도성이만 각도일만(都城二萬 各道一萬ㆍ도성에 2만명을 배치하고 각 도에 1만명씩을 둔다)´
당시는 수성(守城)을 위한 지리적 안배를 의미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은 어느 한 분야도 뒤져서는 안 된다는 생존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때문에 10만명이라는 규모도 여전히 유효하다. 10만명이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200만명의 약 0.5%로 분야별 정예요원으로 적정한 규모다. 이들 인재는 기초과학,산업, 문화ㆍ스포츠, 공직사회 등 국가 전반에 포진해야 한다.
달러박스인 IT와 제조업의 꾸준한 인재양성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04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역량있는 기술자를 확보할 가능성은 조사대상 60개국 중 52위에 불과하다. 이런 판에 서울대연세대 고려대는 올해 공대 입학정원을 각 12~17%씩 줄인다고 하니 10년 후 우리 제조업의 기술경쟁력을 낙관할 처지가 못된다.
서비스업도 이제는 국제경쟁 시대가 됐지만 우리나라 서비스부문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56%에 불과하다. OECD국가의 평균치는 93%에 이른다.
전홍렬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금융산업의 경우 세계 수준에 근접하려면 세계 최고 금융인재 양성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과 정치인도 이제는 국제 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
◆ 국가인재 양성 프로젝트 마련해야=분야마다 글로벌 인재 부족에 허덕이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육성하는 조직이나 프로그램은 마땅치가 않다.
25개에 이르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 인재양성을 다루는 곳은 없다. 관련업무를 맡던 ´사람입국 신경쟁력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일자리 창출과 고용전략 등을 주 업무로 하는 ´사람입국 일자리 위원회´로 바뀌었다. 교육부의 ´BK21´은 예산 3조2300억원의 90%를 과학기술 분야에만 투입하고 있다. 인문사회, 서비스 등 나머지 분야는 일부에 그쳐 전방위 국가인재 양성 프로젝트로 보기 어렵다.
장종현 부즈앨런&헤밀턴 사장은 "대학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인재양성을 위한 새로운 시각을 갖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