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방송 7년째…“질적 접근이 필요할 때”
자막영상지원센터 설립 임박…지원책 필요
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은 수화방송과 자막방송 비율이 낮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한국농아인협회와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실이 개최한 ‘청각장애인의 방송 접근을 진단한다’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한국농아인협회 김철환 기획부장은 “현재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방송 및 위성방송이 개국됐고, 데이터방송, DMB 실시 등 방송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더욱이 디지털방송은 2010년을 기점으로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정책을 세우고 있어 청각장애인들의 방송접근권 문제에 대한 논의는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라고 운을 뗐다.
김 부장은 이어 “DMB나 디지털방송에 대한 접근 논의는 고사하고 실시된 지 7년째를 넘기고 있는 자막방송의 경우 운영에 대한 정립이 안된 상태에서 양적 확대만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화통역방송 또한 정확한 개념정립이 안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지원되는 서비스의 하나로 명맥을 이어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농아인협회가 지난 11월 21일부터 12월 10일까지 전국 11개 지역 농아인협회와 수화통역센터를 이용하는 청각장애인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실시되고 있는 수화방송과 자막방송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졌다.
먼저 자막방송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29.3%에 불과했으며, 자막방송 시청시 불편한 점을 묻는 질문에 ‘자막이 끊긴다’ ‘자막이 너무 빠르다’ ‘오타가 많다’ ‘자막이 너무 느리다’ ‘대사외에 소리에 자막이 없다’ 순으로 지적 사항이 나왔다.
또한 자막수신기 사용과 관련해 불편한 점을 물었더니 ‘다른 기기와 연결이 어렵다’ ‘수신기 연결시 화질이 나빠진다’ ‘리모콘 사용이 불편하다’ ‘자주 고장이 생긴다’ ‘과열되어 장기간 사용이 어렵다’ 등의 순으로 지적사항이 제시됐다.
수화방송에 대한 평가도 그리 좋지 않았다. 수화방송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22%에 그쳤다.
이어 수화방송을 보지 않거나 시청시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수화화면이 작아 불편해서’ ‘내가 쓰는 수화와 달라서 이해가 어려워서’ ‘통역사의 수화 표현이 부족해서’ 등의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해 2월에는 방송 속기를 하고 있는 업체인 한국스테노와 EBS가 속기 단가 조율에 합의하지 못하는 바람에 2주 가량 자막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는 방송 속기를 특정업체가 독·과점하면서 발생된 문제점이다.
현재 한국농아인협회가 자막·수화방송의 질을 높이고, 자막방송 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방송지원센터’의 설립이다. 이들은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캡션 센터’(Caption center)를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곧 이 센터의 설립은 현실화된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오는 1월 자막영상지원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9월부터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속기교육을 실시해 속기사를 양성하는 동시에 자막방송과 수화방송 관련 기술개발 연구와 영화자막 송출관련 기술개발 연구에도 착수했다.
김철환 부장은 “방송위원회도 이제는 자막방송의 양적 확대만이 아니라 질적인 확대와 자막송 확대의 근본적인 문제접근을 위해 한국농아인협회가 실시하는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지원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자막방송와 수화방송의 비율을 높이거나 의무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에 대해서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7일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24명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로 이 법안이 방송사업자의 장애인 방송시청 지원을 의무화하고,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보장을 위한 방송사업자 등의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골자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출처: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