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제도 폐지 강행에 장애인계 강력 반발
장애인 생존권 요원…“정부는 왜 뒤로 가나”
2005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해 장애인계에는 어떠한 일들이 있었을까? 에이블뉴스 독자들이 직접 꼽은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사다난했던 2005년 한해를 되돌아봤다.
정부·여당, LPG지원제 폐지 강행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장애인차량 LPG연료 지원제도를 폐지하고, 그 예산으로 교통수당을 도입하는 방안을 강행하자 장애인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차량 소유자와 비소유자 사이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LPG 지원을 폐지하고 교통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난 12월 26일 당정협의를 통해 ‘LPG지원제 폐지, 교통수당 신설’이라는 입장을 굳혔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맡긴 LPG 지원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LPG 폐지를 추진하고 나서는 등 장애인계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는 무성의를 보였다.
장애인단체들은 일제히 ‘장애인용 차량에 대한 LPG 지원제도 폐지는 장애인의 생존권과 이동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29명은 장애인용 차량에 대한 LPG 부가가치세 등의 면제를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장애수당 점진적 인상 ‘아직도 부족’
2006년부터 장애수당 지급대상자가 확대되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1~3급 중증장애인에게는 올해보다 1만원 인상된 월 7만원, 4~6급 경증장애인에게는 올해와 같은 월 2만원의 장애수당이 지급된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오는 2009년까지 중증장애인의 장애수당을 월 16만원으로 경증장애인의 장애수당을 월 6만원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지속되는 물가인상률을 반영할 때 지금 당장 장애수당을 인상하고 차상위계층에게도 장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복지재단이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함께 실시한 복지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이나 만성질환자가 있는 기초수급가구와 저소득층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복지서비스는 ‘장애수당’이었다.
장애수당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전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나 지급 금액이나 대상이 한정돼 있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으며, 올해도 장애수당 지급액 인상과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장애인계의 목소리가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전 세계를 속인 ‘줄기세포’ 황우석 교수
올 한해 서울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진전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내놓아 난치병과 장애를 물리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며 전 국민적, 아니 전 세계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척수장애인들과 난치병 환자들은 황 교수팀의 연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난자 채취에 대한 윤리 논란을 겪는 가운데,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 교수팀은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안으며 추락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장애를 치유해야 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왜곡된 관점에서 벗어나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에 주력해야한다는 것이 현재 장애인계의 의견이다.
특히 대구DPI는 성명서를 통해 “황 교수는 장애 퇴치라는 한마디로 윤리적, 과학적 문제들을 간단하게 피해왔다”고 꼬집으며 “언제 가능할지도 모르는 장애 퇴치를 외치기 전에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와 차별부터 퇴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교통수당 도입하려면 별도 예산으로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장애인과 소유하지 않은 장애인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방안은 기존 LPG 지원을 폐지하고, 그 예산으로 교통수당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차를 소유하지 않은 장애인들에 대한 이동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인계는 교통수당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으나 기존 LPG 지원 예산을 교통수당으로 돌리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교통수당을 도입하려면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야하고, 교통수당 도입안을 내놓기 전에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장애인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존 LPG예산을 교통수당 신설에 돌리려하고 있어 장애인계의 강력한 반발을 받았다.
LPG 특별소비세 면세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정부가 주장하는 차량 소유 장애인과 비 소유 장애인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LPG 면세제도와 교통수당제도를 모두 시행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혀 장애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독립적 장애인차별금지법 좌초 위기
장애인계가 4년여에 걸쳐 준비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 총 37명의 국회의원에 의해 지난 9월 발의됐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와 달리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법제사법위원회가 아닌 보건복지위원회로 회부됐다.
또한 차별시정기능이 국가인권위원회로 일원화됨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 내에 포함된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치는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특히 정부가 개별 차별금지법 제정 작업을 사실상 중단함에 따라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마저도 좌초될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장애인계는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공동투쟁단을 꾸리고 지난 10월말부터 국회 앞에서 장차법 제정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에는 삭발식을 통해 장차법 제정에 대한 결의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며, 인권위에서 준비 중인 차별금지법안이 완성되면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인권위의 법안과 함께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섹스자원봉사는 대안 될 수 있을까
국립재활원이 미혼 남성 척수손상 환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과 관련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성 파트너 부재’였다. 특히 이들 환자들의 상당수는 성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성적인 공상을 하거나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미혼 장애인의 성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서동일 감독의 영화 ‘핑크팰리스’는 미혼 장애인의 성문제는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직 시원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섹스자원봉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일본 서적인 ‘섹스자원봉사’가 번역돼 출판되는 등 ‘섹스자원봉사’는 장애인 성문제와 관련한 최고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섹스자원봉사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섹스자원봉사를 복지 차원의 자발적인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섹스자원봉사는 성적 욕구의 해소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섹스를 해야 하는 것이지 봉사적인 측면에서 섹스봉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당사자주의를 말한다
장애인권리 회복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올 한해 장애인계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특히 본지가 창간 3주년을 맞아 연재하고 있는 ‘장애인당사자주의를 말한다’ 특별기고에는 많은 독자들이 큰 관심을 보여 장애인당사자주의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장애인당사자주의를 외치는 이들은 장애인복지의 주체는 전문가가 아닌 장애인당사자가 돼야하며, 모든 정책결정과정에 장애인당사자의 참여가 실현돼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인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어 장애인당사자가 곧 전문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력을 장악하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어 진정한 장애인당사자주의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거나, 정신지체나 발달장애와 같은 자기결정에 취약함이 따르는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부모가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부모들의 참여와 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애인당사자주의의 명확한 개념 정리를 위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토론이 있어야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내년부터 KTX·새마을호 요금할인 축소
내년에도 KTX와 새마을호에 대한 장애인 할인이 유지되지만 장애 경중에 따라 할인율이 차등 적용된다.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됨에 따라 장애인 등에 대한 철도 요금 할인이 폐지 위기에 처했으나 장애인계의 강력한 반발로 철도요금 할인율이 일부 축소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내년부터 1~3급의 장애인은 현행과 동일하게 보호자 1인과 함께 할인율 50%를 적용받지만, 4~6급의 장애인은 현행 50%에서 30%(월~금, 주말할인 없음)로 할인율이 하향 조정된다.
철도요금 할인 폐지에 대해서는 국회 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철도사업법에 공공할인제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KTX, 새마을호에 대한 할인 근거를 마련하는 철도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애인 단체, 철도 노조 등도 ‘철도·지하철 공공할인 축소 철회와 빈곤층 요금할인제도 도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공할인을 제도화 할 것을 요구했다.
장애인연금법 제정 논의 본격 전개
올해 초 장애인연금제 도입과 관련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돼 토론이 벌어지고, 열린우리당 장향숙,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장애인연금제 도입을 위한 법 마련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대통령 공약사항인 장애인연금제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저소득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장애인연금제를 도입하되 일반회계에 의한 무기여 연금으로서 사회부조식으로 운영하고, 저소득 중증장애인에게 우선 지급하고 이후 확대해나가는 방식을 제시했다.
장향숙 의원은 기존에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에 지급되는 장애수당을 확대 지급하는 ‘무기여장애연금법’을 들고 나왔으며,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1·2급 중증장애인에게 1인당 최저생계비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고, 추후 전 장애인으로 대상을 확대해가는 ‘장애인연금법안’을 발표했다.
이렇듯 장애인연금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음에도 복지부는 입법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고, 장향숙·정화원 의원의 법안 발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 장애인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돛을 올리다
그동안 ‘재활’이라는 명목아래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던 장애인체육 업무가 고된 진통 끝에 문화관광부로 이관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애인체육의 변화를 바라는 장애인들의 욕구가 컸던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장애체육인들은 지난 5월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장애인체육 사업 및 예산 이관을 미루는 복지부에 항의하며 체전 보이콧을 시도했으며, 7월에는 대한장애인체육회 구성을 놓고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사무실 집기를 부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됐고,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을 회장으로 하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12월 공식 출범했다. 문화관광부 체육국내에는 장애인체육 전담부서인 장애인체육과가 설치됐다. 내년부터 문화관광부가 본격적으로 장애인체육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고루 육성하고 장애인 체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으며 장애인계는 체육회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김유미 신지은 기자 (slowda@ablenews.co.kr, wldms2@ablenews.co.kr)
출처:에이블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