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소식란
소식란

제목중증장애인이 말하는 장애인당사자주의2005-12-28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현재의 자립생활과 당사자주의 '아이러니하다'
당사자주의가 당사자들의 밥 그릇 싸움돼선 안돼

나는 7년 전 교통사고로 목 신경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그 이후 병원에서 1년을, 집에서 2년을 누워서만 살아야했다. 그때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급되어 있지 않다보니 어디서 장애관련정보를 알아야 할지... 가끔씩이라도 밖에 나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처음 시청 사회복지과에 전화해서 자원봉사자 연결을 부탁하였고, 담당자는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 6개월이 지났고, 다시 연락해서 유료로라도 부탁드린다고 하였지만 역시나 다시 6개월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정신은 멀쩡한데 젊은 나이에 사지마비의 장애로 감옥이 아닌 감옥으로 변해버린 방안에서 TV와 친구가 되어서 평생을 살아야 하고, 또 나를 돌봐주시는 부모님이 더 나이가 드셔서 나를 돌봐줄 수가 없다면 결국은 장애인 시설로 들어가서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고, 그러다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살다 갈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끔찍했다.

사지마비의 장애보다 더 힘든 것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나는 그 현실에 좌절하며, 이 사회에서 소외된 지독한 외로움에 서서히 자살이라는 친구(?)가 유혹도 했다. 하지만 약(?)이 있다 하여도 옆에서 누가 주지 않는 한 먹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러던 중에 컴퓨터를 구입하여 인터넷을 접하면서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장애관련정보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별의 별짓을 다했다. 우선 장애관련단체를 찾아다니며 상담도 해보고, 초등학교 일일교사, 장애인패션쇼, 이동권연대투쟁으로 영등포 경찰서에 구속되기도 했지만 결국은 내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찾지를 못했다.

2001년 여름...
정립회관(소아마비협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의 외국사례를 알게 되었으며, 그때 처음으로 당사자주의란 단어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이 일이다 싶었다. 하지만 지방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서울에서의 활동 또한 힘들었고, 무엇보다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혹시나 후원을 받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문의 하였지만 역시나 쉽지 않아서 결국은 내가 벌어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우여곡절 끝에 삼성화재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 후로 4년...
어느새 보험업을 시작한지도 벌써 3년째 접어든다. 알다시피 혼자서는 활동할 수 없어서 내 옆에는 항상 활동을 도와주시는 활동보조인이 계신다. 출퇴근 형식으로 아침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데 주로 하는 일은 휠체어에 태워주시고, 운전 및 서류정리를 도와주시며, 주 5일 근무에 한달에 100만원, 1년에 1200만원이라는 비용이 든다.

여기까지 올 동안 참으로 많은 곳에 문의하고, 도움을 청했지만 어느 곳 하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지만 문밖을 나올 수 있는 중증의 장애인이 전국에 대략 3만여명 정도라고 하며, 아직까지는 이 사회에서 그런 중증의 장애인들이 무슨 일을 하겠냐며 의문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립생활과 당사자...
짧은 소견이나마 내가 아는 자립생활은 1969년 미국의 중증장애인 에드 로버츠(검색하면 나옴)가 버클리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 (그 시절 미국의 장애인 정책도 경증장애인위주였으며, 중증장애인을 받아들일 사회적인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사회운동가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에게 필요한 권리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를 하나씩 알게 되면서 자신과 같은 장애인과의 연대로 자립생활의 시초가 되었다고 알고 있으며, 1980년대 일본을 거쳐서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알려지게 되었고, 이 패러다임은 초고속 정보화로 가는 한국 사회의 장애인계에서도 소외되어 있던 전국의 중증장애인들에게 급속도로 퍼지면서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자립생활이라는 패러다임을 통하여 당사자의 권리의식으로 발전시켰다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 자립생활과 당사자주의를 보며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그동안 장애인단체나 장애계에서 중증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나 정책이 있었던가? 가끔씩 자원봉사를 내세워서 "1년 동안 집에서만 보내면 너무 무료하니 하루 정도는 세상 구경하세요"하고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하는 것은 보았다. 이렇듯 장애인단체나 장애계에서도 소외된 중증의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와 필요한 서비스를 자신과 같은 동료 장애인과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니 밥그릇, 내 밥그릇의 양산으로 번지는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나는 묻고 싶다. 정말로 중증장애인의 삶과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지? 감옥과 같은 방안에서 남의 손으로 대소변을 봐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대와 구타를 당해도 어디 한곳 하소연 할 데도 없다. 그리고 그 고통은 개인을 넘어서 그대로 가족으로까지 전가된다.

그런 처절한 현실 속에서 자립생활은 꼭! 장애인복지법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헌법에서의 "인간은 누구나가 평등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처럼 평등함의 기본조건인 것이다.

나는 당사자란 논의를 보면서 당사자가 없는 당사자의 논의가 되어 버린 게 아닌 듯 싶다.
내가 생각하는 당사자는 서비스를 받는 주체라고 생각된다. 중증의 장애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누구보다 더 자신이 잘 알고 있으며, 중증의 장애인은 그 욕구가 조금 더 많다는 것이다.

두서없는 글재주로 오히려 혼란만 야기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의 논의에 앞서 그것을 외치는 장애인의 욕구가 무엇인지? 그 욕구를 위해서 서로간의 어떤 협력과 조율이 필요한지? 분란이 아닌 조화와 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본지가 창간 3주년을 맞아 실시하고 있는 특별기고 ‘장애인당사자주의를 말한다’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글은 삼성화재 보험설계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신마비 장애인 김영주씨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앞으로 더 기고를 원하시는 분은 에이블뉴스 편집국(전화 02-792-7785, 팩스 02-792-7786)으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기고/김영주 (21konan@hanmail.net)

출처: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