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섭 대표 주장에 대한 조한진 교수의 반론
장애인당사자주의 대토론회-③
“페미니스트 이론이 대단히 다른 관점을 가진 무수한 진영으로 쪼개졌던 것처럼, 장애운동내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관점과 경향이 있어왔다. 그들 중에는 활동가, 사회서비스·학계·정부전문가유형, 투쟁적인 사람들, 장애아동 부모들, 좌파 사람들, 부르주아 집단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장애를 갖고 있었을 수도 있고,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비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은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일했을 것이고, 장애인인권운동가들은 ‘장애인 자신들의 인권’을 위해 일했을 것이다. 이 후자의 경우를 당사자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의 관리와 지향에 있어서 장애인권운동 내 장애인활동가와 그 밖의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있었을 뿐, 장애인권운동이 기존 질서의 보존과 효율성 제고 그리고 최소한의 기회와 환경을 보장할 뿐인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당사자주의는 장애인권 내의 다양한 관점 중의 하나였지, 결코 같은 수준에서 대비되는 것은 아니다.”
인권운동과 당사자주의, 뭐가 다르지?
이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익섭 상임대표의 “장애인 인권운동은 기존의 사회규범을 전제로 기존의 장애관련 노력의 효과성을 항상 보완하려는 노력을 시도하려 한다. 인권운동이 갖는 보다 심각한 한계는 인권의 보장은 최소한 기회와 환경을 보장할 뿐, 장애인에게 관련되는 각종 결정과정에의 참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대구대 조한진(사회복지학) 교수의 반론이다.
조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1층 메트로홀에서 열린 장애인당사자주의 대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익섭 상임대표의 장애인당사자주의론에 대해 “전체적으로 논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반면 여러 유사한 개념들 간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다”고 반론을 펼쳤다.
조 교수가 첫 번째로 주목한 부분은 바로 장애인권운동과 당사자주의와의 관계이다. 조 교수는 “장애인권운동과 당사자주의와의 관계는 매우 시사적이어서, 장애인권운동 내에서 일정한 함의를 가질 수 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장애인 배제 불가론’은 종종 장애인권운동 내에서 ‘비장애인 참여 불가론’ 내지는 ‘비장애인 도구론’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장애운동 내에서 가능한 한 많은 힘들을 합치면서도 장애인 활동가의 손에서 그 통제권을 유지하느냐에 관한 문제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주의, 자립생활과의 차이점 분명히 해야
두 번째로 조 교수가 지적한 부분은 “당사자주의는 자립생활이나 자기결정 및 소비자주의와 동질성과 아울러 일정 수준 차별성을 갖는다. 소비자의 권한은 이미 정해진 내용에 대한 선택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또한 욕구가 공급을 상위하는 경우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주권이라는 의미가 없다”는 이 대표의 주장이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수요가 공급을 상위하는 경우 자기결정이든 당사자주의든 역시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당사자주의 자립생활이 일정 수준 차별성을 갖는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도 조 교수는 “정확하게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다”고 말했다.
'집합성' 강조하다 '다양성' 간과 우려
이외에도 조 교수는 이 대표가 인권운동이나 소비자주의, 자립생활 등과의 차별되는 핵심요소로 제시한 ‘저항성’, ‘정치성’, ‘집합성’에 대해 언급하며, 지적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한 조 교수의 반론은 “장애인이 조직화하고 연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운동의 효과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중요하며, 이는 나까니시 쇼우지 대표도 지적하고 있고, 나도 역시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집합성의 강조 때문에 다양성이 묻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
조 교수는 이 부분에서 “남성 장애인이 여성 장애인을, 신체 장애인이 지적 장애인을, 경증 장애인이 중증 장애인의 차별과 억압을 적절히 대변할 수 있어야한다. 장애운동 내에서 여성장애인, 지적 장애인, 중증 장애인의 ‘당사자’의 참여가 극히 저조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당사자주의와 다른 것과의 유사점과 차이점, 그리고 당사자주의를 구성하는 요소의 재점검을 통해 우리는 당사자주의의 개념과 관점을 좀더 선명하게 다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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