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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애인권방송지표로 방송 분석해보니…2005-12-20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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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장애의 원인을 죄의 대가로 표현
보도·시사프로는 장애인 주요 관심사 ‘외면’

“드라마에는 많은 캐릭터가 공존한다. 그러기에 장애인 배역만을 봐서는 드라마의 맥을 파악하기가 어렵겠지만 전체적인 우리 드라마의 성향은 장애라는 소재는 부모대의 업보나 한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된 KBS <열여덟 스물아홉>, MBC <변호사들>, SBS <그 여름의 태풍>, <프라하의 연인>등의 드라마를 모니터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요원 김주영씨의 지적이다.

김씨를 비롯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모니터요원들은 드라마이외에도 올 한해 공중파를 통해 방영됐던 오락프로그램, 보도·시사프로그램, 교양프로그램 등을 장애인권방송지표를 근거로 모니터했다.

이 장애인권방송지표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 방송 내용의 전체 또는 특정 장르별 수준을 올바르게 측정하고 비교·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요원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과연 장애인권방송지표로 분석해본 방송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5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3층 회의장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가 개최한 ‘방송에서의 장애인 인권실태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그 결과가 공개됐다.

드라마부문 모니터결과에 따르면 올 한해 드라마 속에 장애인 캐릭터들은 갈등의 원인 제공자 혹은 수동적이다 못해 인간다움을 상실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특히 <프라하의 연인>에서 윤규는 감정기복이 없고, 남성도 그렇다고 여성도 아닌 무성의 캐릭터로 그려졌으며, <열여덟 스물아홉>에서 봉규는 상황에 따른 감정변화가 사실적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현실감이 떨어지며 소극적이고 나약한 모습으로만 비쳐졌다는 지적이다.

또한 장애를 죄의 대가나 업보로 보고 드라마가 기획, 제작되고 있었다. <열여덟 스물아홉>에서 봉규의 어머니는 남편이 사망한 후 봉규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자살을 시도하게 되고, 이 시도가 실패해 그 결과로 청각장애를 가진 봉규가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락부문 모니터결과에 따르면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신동엽의 D-day>는 장애인 MC 이창순씨를 기용했지만 정작 대사는 주지 않았고,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전제하고 제작해 편견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진호야 사랑해>는 자폐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한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개인 일기장 공개, 진행자의 반말 사용 등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KBS 폭소클럽 <바퀴달린 사나이>는 박대운씨의 능력미흡과 제작진의 지원부재로 개그프로그램의 기본요소인 ‘웃음’은 보이지 않고, ‘강요된 교훈’만 존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도·시사분야 모니터결과에 따르면 방송 3사의 보도·시사프로그램 소재 중 장애인관련 내용은 KBS 시사프로그램만 2%를 넘는 수준이었고 대부분이 1%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절반 내외는 미담성 내용이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장애인계의 최대 관심사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자립생활에 관련한 내용은 거의 없었으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MBC <아주 특별한 아침>은 9월 12일분 방송에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리프트 사용을 권장한 것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장애를 부각시키는 극적인 연출기법이 사용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KBS <차인표 블랙박스>는 9월 24일분에서 비장애인들에게 평범한 작두질이나 자전거 타기, 전봇대 올라가서 케이블 설치하기 등을 시각장애인이나 외팔인 지체장애인이 능숙하게 하는 장면을 마치 동물원의 동물 보듯 신기한 것처럼 시청하도록 제작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교양분야 모니터결과에 따르면 장애인대상 프로그램인 KBS <사랑의 가족>과 EBS <희망풍경>은 장애인당사자를 진행자나 리포터로 참여시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지적을 받았다.

장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표현을 써서 편견을 조장했다는 점, 장애를 부각하는 카메라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편성시간대가 열악해 방송접근권이 떨어진다는 점, 장애인 중심이 아닌 비장애인 중심으로 방송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지적사항이다.

특히 <희망풍경>은 10월 15일자 방송분에서 내레이션으로 정준씨의 직업을 소개할 때 ‘장애를 갖고도 웹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정준씨’라고 표현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구분하면서 장애를 부정적으로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랑의 가족>은 10월 19일자 방송분에서 진행자인 강원래씨와 윤지영씨가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장애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장애인 오순희 교수님’이라는 호칭을 반복 사용하면서 장애란 조건만으로도 힘든데 비장애인도 못하는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요원 심승보씨는 ▲장애인 당사자와 제작진과의 공식적인 소통 구조 필요 ▲방송에서 장애인의 실질적 참여 보장 ▲장애인 인식교육 사회적 확대 필요 ▲지표나 가이드라인을 통한 방송제작 풍토 실현 등을 방송에서의 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출처: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