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해도 ‘부당대우에 임금격차까지’
“차이·차별 구분하고, 능력 배양도 동시에”
월 80만원을 받기로 하고 A섬유회사에서 취업한 노(34·언어장애3급)씨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 동안 일하고 월급으로 30만원밖에 지급받지 못했다. 노씨는 이에 항의했으나 회사에서는 글도 잘 모르고 언어장애가 있어서 월급을 적게 줬다고 전했다. 노씨는 곧 퇴사했다.
시각장애 6급인 남(58)씨는 B우편집중국에서 1개월 단위의 계약직 근로계약을 1년 반이상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일을 해왔다. 어느 날 저녁 늦은 시간에 정직원 2명과 간식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다 체신청 감사에 적발됐다. 정직원 2명은 경징계를 받았지만 남씨는 계약기간 만료통보 예정이라는 사실, 즉 퇴사통보를 받았다.
노트북 조립회사에 다니던 김씨는 손에 장애가 심해서 다른 사람보다 불량을 좀 많이 내는 편이었다. 월급날 사장이 그만두라면서 위로금으로 30만원을 건넸다. 김씨는 당시에는 알았다고 그만뒀으나 부당해고가 아닌지 문의하기 위해 관련 상담소에 문을 두드렸다.
“취업해도 겹겹의 차별에 설움만”
이는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지난 1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개최한 ‘노동현장에서의 장애인차별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 이기용 대리가 소개한 노동현장에서의 장애인차별 사례들이다.
이 대리는 “장애인노동상담센터가 2005년 4월부터 11월까지 접수한 245건의 상담 중 33건(20.9%)이 차별에 의한 상담”이라며 “취업의 기회, 직종의 선택 등의 노동시장진입 전의 각종 차별은 노동시장진입 후에도 임금, 직무배치, 직장생활, 해고 및 퇴직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현장에서의 장애인차별에 대해 이 대리는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근로능력과는 상관없이 비장애인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고용주들이 최저임금법상의 적용제외규정을 악용해 불법적으로 저임금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며 “장애인근로자의 근로 및 생산성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고, 최저임금법상의 적용제외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이 대리는 “1999년부터 3년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취업을 알선한 장애인근로자의 이직률은 58.2%로 나타났으며 이직의 주요 원인으로는 작업 및 편의시설 열악, 직장생활에서의 차별적 인식 및 처우 등 이었다”며 “차별적 인식 및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 장애인근로자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규정을 신설하고, 근로기준법 제5조(균등처우)에 장애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대리는 “근로기준법 제31조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을 규정하고 판례도 해고의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고 있음에도 장애인근로자를 우선적으로 해고하고 있다”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근로기준법 제31조제2항에 ‘장애인’을 삽입해야 하고, 차별을 당한 장애인근로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무사 및 변호사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와 차별은 구분해야”
이에 대해 세미나 토론자들은 ‘노동현장에서의 장애인차별은 없어져야 하지만 그 전에 노동 상의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고, 장애인 자신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에이블뉴스 백종환 편집국장은 “이 대리가 제시한 사례는 상담 장애인에 의한 일방적인 주장이나 문제제기만 개진되어 그 상황에 따른 객관적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노동현장에서 장애로 인한 생산성 저하나 고용주의 차별에 따른 임금격차는 혼재돼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장애로 인한 차별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 편집국장은 “정부의 노력과 함께 장애인들은 노동현장에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실력을 배양하는 것을 기본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며 “노동현장에서 장애인근로자와 비장애인 근로자간의 생산성에 대한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에 대해서는 시정을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고기획사 섬나기획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기택 팀장은 “얼마 전 업무에 모자란 점이 너무 많은 장애인직원을 채용하지 않았는데 이것도 차별로 보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사례만 보면 고용주들이 다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보면 자신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근무환경이나 임금 등만 물어보는 장애인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팀장은 “만일 똑같은 능력의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시에 취업 요구 시 고용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활동성이 뛰어난 비장애인을 뽑을 것”이라며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먼저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출처:에이블뉴스 신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