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서비스 원칙 찾기 토론회 개최
“당사자 참여 보장하고, 역량강화에 힘써야”
다중적 차별에 직면해 있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실시할 때 어떠한 원칙을 견지해야할까?’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회장 배연창)가 지난 7일 서울 고덕동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강당에서 실시한 ‘2005년 여성장애인 지원사업 워크숍’에서 ‘여성장애인 서비스의 운영 원칙’을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여성장애인의 참여’, ‘여성장애인과 기관의 실무자간의 관계’, ‘역량강화(empowerment, 임파워먼트)’를 중심으로 활발한 의견이 오고갔다.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여성장애인의 임파워먼트=먼저 기조발제자로 나선 숭실대 김경미(사회사업과) 교수가 제시한 여성장애인 사업을 실시할 때 견지해야할 원칙은 ‘여성장애인의 임파워먼트’이다.
김 교수가 임파워먼트에 대한 여러 정의를 비교해 얻은 결론에 따르면 임파워먼트는 인간이 환경 속에서 개인적, 대인 관계적, 정치적 힘을 증가시킴으로써 삶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임파워먼트는 과정과 결과 모두를 포함한다.
김 교수는 이어 “임파워먼트는 개인, 집단, 조직, 지역사회와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임파워먼트는 자존감, 자기효능감, 내면적 조정의 중심과 관련이 있으며, 집단 수준에서의 임파워먼트는 상호협력, 집단 정체성, 사회 행동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역사회 수준에서의 임파워먼트는 잠재력의 성장,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정책과 제도의 변화에 관해 주시한다는 것.
김 교수는 사회사업을 실천할 때 여성장애인의 임파워먼트를 달성하기 위한 7가지 방법론도 제시했다.
▲대화를 통한 자각 ▲억압받는 사람에 대한 경청 ▲자원, 협력자로서의 사회사업가 ▲연대의 확립과 상호 지원 ▲능력분석 ▲개인의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의 향상 ▲문제 해결, 사회행동, 일상생활, 자기변호에 대한 기술 향상이 바로 그것이다.
▲자조모임 활성화 지원 필요=“여성장애인 자조모임이 여러분들에게 ‘이것은 아니다’고 태클을 걸때 받아줄 수 있을 만큼 여러분들은 성숙함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명숙 사무처장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여성장애인 자조모임이 이뤄졌을 경우, 관련 담당자들과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렇게 조언했다.
장 처장은 ‘자조모임이 조직화를 위해 힘쓸 경우’와 관련해서는 “프로그램을 이끄는 단체나 담당은 이들이 조직화되고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읽고 적극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날 장 처장은 “자조모임의 역량강화는 정책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장애인 자조모임이 적극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애여성과 교육=“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명칭을 변경했듯이 현재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의 양성이다. 하지만 장애여성은 인적자원으로 인식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장애여성문화공동체 김미주 대표는 정부와 사회가 장애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와 사회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또한 “장애여성은 사회적 편견 그리고 몰이해 등으로 공교육의 기회를 놓쳐왔다”면서 “장애여성의 평생교육권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장애여성 당사자들의 참여와 요구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 내용과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커들의 의식 전환도 필요"=“의료사업을 실시해 그 과정에서 여성장애인의 임파워먼트를 향상시키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미 그 분들은 임파워먼트가 형성이 돼 있었다. 사업 목적이 틀린 것이다.”
방이복지관 차현미 사무국장은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장애인들이 자조집단을 형성하더니 지역 보건소나 병의원의 편의시설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 것을 보고 여성장애인의 임파워먼트도 중요하지만 워커(사회사업가)들의 의식전환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차 국장은 애초 복지관에서 실시했던 의료연계 사업에 대한 사례소개를 준비했지만, 김 교수의 ‘여성장애인의 임파워먼트’ 강연을 듣고 즉석에서 이 같은 사례를 전했다.
▲“기획부터 참여 보장해야”=“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여성장애인들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한다. 여성장애인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했는지, 사전답사를 다녀왔는지에 따라서 그 사업의 결과가 달라진다.”
서대문장애인복지관 박영숙 사무국장은 여성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할 때 여성장애인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관계’와 관련해서는 “참여가 이뤄지다보면 자연스럽게 관계는 따라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역량강화’와 관련해서는 “기존 장애인복지 전달체계는 여성장애인의 생활주기 중심적이고, 소비자 주권적이며, 서비스의 주체로 역량 강화할 수 있고, 자립생활권을 옹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 내용 및 전달체계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서비스 욕구와 전달체계 간의 갭(gap)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가사도우미, 상처만 가중"=“마흔이 넘어 아이를 낳고, 1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가사도우미를 이용해봤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오히려 가사도우미제도는 장애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보다 상처만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한국장애인연맹 여성위원회 김효진 부위원장 "가사도우미들이 장애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다 최소한의 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장애여성 가사도우미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파고들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근본적으로 도와주는 이와 도움받는 이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활동보조인제도가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이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에 도우미와 이용자 사이의 평등한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출처: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