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결산]④활동보조서비스
2009년 장애인계에는 어떠한 일들이 펼쳐졌을까요? 에이블뉴스는 애독자 여러분이 직접 선정한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전개합니다. 네 번째 이슈는 올해의 키워드 조사에서 4위로 선정된 ‘활동보조서비스’입니다.
지난 6월 4일 장애인 8명이 몇 십년동안 생활하던 시설에서 뛰쳐나와 "불쌍한 장애인이 아닌 당당한 시민으로 살고 싶다"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타인의 도움도 시선도 아닌 혼자 스스로 설 수 있는 자립(自立)이었다. 올 한해 자립을 원하는 중증장애인이 늘면서 활동보조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장애인은 활동보조서비스가 없으면 죽어요. 장애인의 자유를 위해선 활동보조서비스는 꼭 필요합니다.”(11월 17일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 대안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인 당사자)
이처럼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의 자립과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수단으로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시행 3년째인 2009년에도 어김없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에 울분을 터트렸다. 특히 올해는 서비스 대상 제한, 신규신청 금지 등의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주변의 도움 없인 몸을 움직일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는 김광성(66·지체장애 1급)씨는 지난 5월 15일 66번째 생일을 맞이한 이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 현재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이 만 6세 이상 65세 미만의 중증장애인 1급으로 연령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사연은 에이블뉴스를 통해서 널리 알려져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 때 주요 이슈로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연이은 질타에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시각장애인을 시작으로 대상을 확대해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고, 김씨는 간병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산 부족으로 활동보조서비스 신규 신청이 금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복지부는 지난 10월 28일 각 지자체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경기, 충북 등 8개 지자체에 대해 활동보조서비스 신규 신청을 전면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자립을 꿈꾸며 시설을 빠져 나온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이 없어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할 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장애인단체들은 활동보조서비스 지원 확대를 위해서 격렬하게 투쟁을 전개했다.
우선 19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2010년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은 11월 2일부터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활동보조서비스가 장애인의 권리로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예산을 제대로 확보하라며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전국 주요 장애인단체들은 11월 20일 민주당 박은수 의원,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 등 장애인당사자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활동보조서비스 제공 대상에 자연증가분을 반영하고 서비스 중단을 방지하는 한편 활동보조인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예산 증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중증장애인 50여명은 지난 11월 25일부터 4일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5층 복지부 산하 한국장애인개발원 사무실을 기습 점거하고 ▲활동보조서비스 신규 신청 금지 철회 ▲만 65세 이상 활동보조서비스 금지 철회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국회에 전달됐을까. 국회 복지위는 내년도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을 정부예산안인 1,292억5천만원에서 335억원 증액한 1,627억5천만원으로 증액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이 예산안이 그대로 내년 예산으로 결정된다면 서비스 대상자는 올해보다 1만명 추가된 3만5천명, 서비스 평균시간은 78시간으로 기존보다 6시간 늘게 된다.
하지만 서비스 단가는 7,500원에서 7,300원으로 기존보다 200원이 줄어 장애인이 내야 할 본인부담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정부가 신규신청금지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인원은 늘리되 본인부담금은 더 받아 올해 예산과 큰 차이 없는 예산안을 고안해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가 바로 선진 인류 국가!"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선진 인류 국가가 아닌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생존의 권리조차도 맘대로 누릴 수 없는 차별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활동보조서비스. 인간다움을 지향하기 위해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활동보조서비스. 정부가 진정으로 장애인 차별이 없어지길 바란다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고, 자립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해야할 것이라고 장애인들은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올해와 같은 예산 부족 사태가 더 이상은 발생하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 예결위에서 올라와 있는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서비스 중단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장애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은 사회를 원한다면 국회 예결위는 보다 심도 있는 심의를 거쳐서 예산 증액을 결정해야할 것이다.
* 출처 : 에이블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