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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0대 여성중증장애인 "만학투혼"200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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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빛과 소금이 되고 싶습니다"

정신지체장애인 1급 문경희(49.여)씨는 거의 `까막눈'이었던 지난 2003년 6월 광주 서구 쌍촌동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에 자리잡은 `야학' 열린배움터의 문을 두드렸다.

무언가 배우고 싶은 욕망에서 야학을 찾았지만 배움의 과정이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화석'처럼 굳어 버린 손으로 책상위에 놓인 연필을 쥐기 어려울 정도로 몸은 불편했고 1주일에 한차례(토요일)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봉선동)에서 학생교육문화회관까지의 등.하교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글을 깨우친 그녀는 야학에서 공부한지 8개월여만에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올해 4월에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도 무난히 통과했다.

"처음엔 힘들어 공부를 포기할까 했지만 모르는 것을 많아 하나씩 알아가는게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문씨는 현재 내년 4월 예정돼있는 고졸 검정고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매주 토요일 수업(오전 9시∼오후 5시)에 한 차례 빠지지 않고 `자식'같은 `야학 교사들'의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에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해 수학능력시험을 치러 대학 국문과에 진학하는게 문씨의 소망이다.

문씨는 "역경을 이겨내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엮어 수필로 써보고 싶다"며 "좌절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삶의 희망을 주는 것이 꿈"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문씨는 몸하나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지만 만학(晩學)의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통한다.

`짝궁' 공선미(22.여)씨는 14일 "존경스러울 정도로 `선생님'(문씨는 야학에서 선생님으로 통한다)은 열심히 공부하신다"며 "몸은 더디지만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야학 교사 이봉상(27)씨는 "문 선생님은 2년 반 동안 단 한차례 수업을 빼 먹지 않을 정도로 성실한 분"이라며 "비장애인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언어구사력이 떨어져 `필답'으로 대화가 가능한 문씨는 이런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대해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정신만은 풍요로운 사람이되고 싶습니다'.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