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소식란
소식란

제목“대법원부터 확 뜯어 고치겠습니다”2005-11-11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대법원장 지시로 대법원내 시설 총 점검
장애인에 점검 요청…“지적 겸허히 수용”

취임식 때 초청된 장애인들로부터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때부터 편의시설을 고치고 있는데 부족한 면이 아직 많다. 장애인들이 직접 점검을 해야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장애인들은 초청해서 직접 얘기를 들으라고 지시했다.”

지난 9월 26일 취임식 때 장애인들을 초청해 화제를 모았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원내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9일 장애인단체 관계자 10여명을 초청해 대법원내 편의시설을 총 점검했다. 이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이후 외부 손님을 초청한 첫 행사였다.

법정내 장애인좌석 없어…점자안내도 부실

역시 문제점은 적지 않았다. 이날 점검에 참여한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배융호 실장은 “남녀 장애인화장실이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안내 표지도 제대로 없어 찾기도 매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정책실장은 “바닥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 지체장애인들이 넘어지기 쉬웠다”면서 “주요 동선에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의 카펫이나 고무매트를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각각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를 타고 점검에 나섰던 배 실장과 이 실장은 이구동성으로 대법원 로비에서 대법정까지 올라가는 계단에 설치돼 있는 휠체어리프트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두 사람은 “휠체어리프트는 추락의 위험이 있으며, 자주 고장이 나서 장애인들이 기피하는 시설”이라며 “엘리베이터가 가장 바람직한 이동수단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수직형 리프트를 설치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명숙 사무국장은 “단차가 높지 않은 경우에는 차라리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 장애인들에게 더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정과 소법정 등에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좌석이 설치돼 있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문희 실장은 “일반 의자 3개를 걷어내고,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좌석이라고 표시만하면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된다”고 조언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은 대법원 내에 각종 안내표지에 점자 안내표지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점에 대해 집중 지적했다.

최 총장은 “엘리베이터 버튼의 점자는 거꾸로 붙여져 있었고, ‘2호 법정’의 점자는 ‘2 호법정’으로 띄어쓰기가 잘못돼 있었다. 또한 모든 안내표지에는 점자표지가 있어야 하나 그렇지 않은 곳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신동진 이사는 “민원실에 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화통역사가 배치돼 있지 않아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정재 부장은 “편의시설을 고칠 때 기획단계부터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법관들의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

장애인들의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들은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법관들이 장애인에 대해 좀더 이해하고, 법정에서 장애인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한국농아인협회 신동진 이사는 “법정에서 수화통역이 이뤄지고 있으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청각장애인에게 생소한 용어가 많아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다”면서 “청각장애인이 법정에서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려면 수화통역과 동시에 문자통역이 이뤄져야한다”고 제시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명숙 사무국장은 “정신지체장애인 성폭력을 처리할 때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피해를 당하고도 억울한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판사들이 정신지체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요청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 사무국장도 “하드웨어적인 것보다 법원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가장 취약계층이 정신지체장애인이다.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정재 부장은 “사법연수원 연수과정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 과목을 만들어 법관들이 장애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제시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실장은 “시설 점검을 하면서 장애인 직원들을 한명도 만날 수 없었다”면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개발해 장애인 직원을 많이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은 “점검을 하는 동안 직원들을 시켜서 대법원 홈페이지 웹 접근성을 실태를 조사해보니 10점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부 지침이 있으니 지침을 준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점검과정 내내 장애인단체 관계자들과 동행한 대법원 강한승(기획조정심의관) 판사는 “얼마 전 직원들이 휠체어를 직접 타고 점검을 했었는데, 그때 파악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많이 드러났다”며 “문제점이 정리 되는대로 올해 안에 보수공사가 시작되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강 판사는 “오늘 행사는 대법원장님이 보여주기 행사가 아닌 실질적인 행사가 되도록 하라고 말씀하셔서 장애인전문 언론사밖에 부르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점검에 참여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법원이 먼저 바뀌면 다른 법원들도 바뀌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들이 조언해주신 내용들이 모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출처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