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소식란
소식란

제목주40시간근무제 시대가 본격화2005-07-22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기업에는 이익을!
건강증진 ·가사참여 늘어…월요병 없어지고 능률 증대

주40시간근무제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올 7월로 제도 시행 2년차에 접어들었을 뿐 아니라 적용 대상도 크게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많은 근로자들이 여가시간이 좀 줄어들더라도 더 많은 급여를 받기를 원하고 있으며, 기업들 역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별로 달가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이 제도 자체가 국민적 요구보다는 정부의 의지가 좀 더 많이 개입되어 도입된 것이니 만큼 어쩌면 불가피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정책의 추진력을 확보하고 국민적 동의를 획득하려면 주40시간근무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무언가 설득력 있는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주40시간근무제 이후 근로자 여가생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바로 그런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주40시간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 및 경기도 소재 대.중.소기업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05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실시된 이번 조사를 통해 여가시간을 늘리면 근로자들의 삶이 풍요로워질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이득을 준다는 점이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다.

가족다툼 줄고 영화관람·독서 비중 늘어

구체적으로 회사생활에서는 업무 능률 및 월요일 근무 효율성이 증가하였으며, 가족생활에서는 가족과의 대화 기회 및 함께 하는 시간, 부모님에 대한 관심, 건강에 대한 관심, 가사 참여시간이 증가한 반면, 가족과의 다툼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근로자들의 실제 여가활동과 관련해서도 흔히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일어났다. 근로자들이 가장 자주하는 여가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134가지의 여가활동을 제시한 후 그 중 가장 자주 하는 여가활동 4가지를 선택하도록 한 결과, 주40시간근무제 이전에 비해 근로자의 여가활동이 현저하게 다양해졌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과거 근로자들의 주말 여가활동은 대부분 TV 시청과 잠자기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주40시간근무제 실시 이후 많은 근로자들이 영화관람(9.8%)을 가장 자주 하는 여가활동으로 꼽았다. 이 외 독서(4.8%)와 친지방문(4.3%) 등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 여가활동이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여가생활 만족도, 희망 여가활동 참여, 규모 있는 여가생활 경향성, 자기계발 투자시간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가생활 만족도가 높은 집단이 직무에도 더 만족하고 업무 스트레스도 적게 받는 등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여가의 증대가 단지 기업의 비용 증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진 것은 특기할 만하다.

덧붙여 이번 조사에서는 일반인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몇 가지 재미있는 결과도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월요병의 경우 일요일 취침 시간이 언제인가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든지, 주말 동안 휴식을 너무 과도하게 취하면 다른 여가활동이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그렇다.

연령이 낮을수록 영화관람의 비율이 높은 반면, 등산/하이킹은 연령이 높을수록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세대에 따라 선호하는 여가활동이 다르다는 점도 세대 간 문화 차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TV시청·음주 기대만큼 줄지 않아

하지만 이 조사에서 밝혀진 주40시간근무제의 여러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게 제시해 주었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여가활동의 질이다. 여가활동이 다양해졌지만 TV 시청(8.7%), 음주(4.4%), 잠자기(4.4%) 등의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대만큼 줄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런 활동들을 하고 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무익하게 시간을 낭비했다는 식의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많은 근로자들이 하기 싫어하면서도 대안이 없어 마지못해 이들 활동에 몰입하는 반면, 정작 평소 원하던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이는 근로자들의 실제 여가활동과 희망 여가활동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괴리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는데 하나는 원하는 활동을 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이며, 다른 하나는 다양한 여가활동에 대한 정보나 활동 방법에 대한 지식 등 여가 기술의 부족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해 근로자들의 실제 여가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저렴한 여가활동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여가를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여가 기술을 배울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 근로자들이 전체 근로자 중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층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주40시간근무제가 확대 시행될 때 성패의 관건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늘어난 여가시간이 주로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는 활동으로 채워진다면 여가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전반적으로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 여가 기술의 부족으로 인한 여가의 질 하락이라는 문제는 적절한 여가 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사실 여가활동은 넓은 의미의 문화적 활동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단지 비는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원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즉 여가 기술의 문제는 특정 여가활동을 하는 방법의 습득 문제가 아니라 여가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의 문제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여가 교육은 사회성원들이 스스로의 삶을 의미 있게 조직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기업이 근로자 생활에 가장 높은 관심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가 관련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루어지더라도 단순 방법 습득에 머무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를 넘어 여가의 의미와 같은 것에 대한 좀 더 폭넓고 깊이있는 교육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가의 질과 관련되어 기업 간 불균형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근로자 개인적으로도 대기업 근로자가 소기업 근로자에 비해 여가와 관련한 기술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의 지원 역시 기업 규모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여가생활 프로그램의 경우 대기업이 가장 적절하게 지원해주고 있으며(5점 척도에서 대기업 2.97, 중기업 2.93, 소기업 2.50), 근로자의 여가생활에 대한 CEO와 상사의 관심은 중기업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업 3.02, 중기업 3.15, 소기업 2.85). 소기업의 경우, 복지지원과 관심 모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물론 기업 자체가 여러 가지 면에서 얼마나 여유를 가지고 있는가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집단 간 격차를 초래해 사회 갈등을 배태할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주40시간근무제의 결과 근로자가 한 달 평균 여가활동에 들이는 경비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 상대적 여가 박탈 집단에 대한 복지적 차원의 여가정책이 시급히 마련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여가정책의 1차적 목표가 여가 인프라 구축과 복지적 여가의 제공이 되어야 한다는 점과도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불균형의 문제는 주40시간근무제의 혜택을 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정부의 계획안대로 주40시간근무제가 확대되더라도 2005년 7월 현재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31.8%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 근로자의 54.4%를 차지하는 100인 이하 사업체 종사자들에게는 2007년 7월 1일부터 2011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경제 상황에 맞춰 조정의 여지를 둠으로써 시행 시기가 매우 가변적이라 할 수 있다.

경제력·여가 불균형 깊어지지 않게 관심을

말하자면 훨씬 다수의 근로자가 여가의 질을 따지기에 앞서 단순 여가 시간만으로도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여가는 여러 문화활동 중에서도 외적으로 쉽게 드러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불평등에서 느끼는 박탈감이 여가의 박탈감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전통적으로 인간은 노동하는 존재로 규정되었으며 노동이 스스로를 실현하는 핵심 영역으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노동 소외가 심화되면서 노동의 중요성은 점차 약화되고 대신 여가가 소외를 넘어서는 영역으로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일정 정도의 경제 발전 단계를 넘은 선진 사회에서 모두 여가의 양적 확대와 여가 활동의 질적 심화에 강조점을 두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우리 사회도 그 단계의 문턱을 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노동 중심적 사고가 여가 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여 우리 사회를 좀 더 행복한 사회로 만드는 데 정부의 노력과 아울러 시민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준영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여가정책지원센터 책임연구원
※기사제공:문화관광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문화도시 문화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