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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애 여고생 "스타탄생"2005-10-25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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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계3동 대진여고 강당. 연극반 학생들의 막바지 연습이 뜨겁다. 이들과 담당 교사가 직접 대본을 쓴 ‘소녀 가시나무에 별을 걸다’가 제9회 전국청소년연극제 본선에 진출, 3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무료 입장)에 오른다.
주인공은 한가운데 있었다. 2학년 장수희(17)양. 수희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 목을 뺀 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렸고 입에선 침이 흘러내렸다. 입술을 움직여 말하고 있지만, 그의 대사를 하는 ‘분신’ 역은 따로 있다.
수희가 연극반에 들어온 건 지난해 3월. 중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연극반을 거쳤다지만, 일상 대화도 어려운 상태였다. 담임 교사가 처음 수희를 데려왔을 때 연극반원들은 모두 기막혀했다. 그러나 ‘어, 어, 어’ 소리밖에 못내는 수희가 작품과 배역을 분석해서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해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표현하는 걸 보면서 연극반 친구들은 모두 수희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수희의 침을 닦아주고 밥먹는 것까지 도와줄 정도로 태도가 달라졌다. ‘소녀 가시나무에…’는 바로 이렇게 지난 1년간 수희가 연극반 아이들과 부대끼고 화해하며 한 편의 연극을 올리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수희의 분신 역을 맡은 오수지(17)양은 “나 같으면 절망할 것 같은데, 수희를 보면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며 “수희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역이라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수희는 “나 때문에 연습 진행이 늦어져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다”면서도 “나를 표현할 수 있어 연극이 좋다”고 했다. 이 연극은 지난 8월 서울 예선에서 심사위원들을 울렸다. 당시 심사에 참여한 배우 권성덕씨는 “연극적으로 잘 짜여진 데다 실화의 힘 때문인지 콧등이 시큰시큰했다”고 말했다.

수희는 극의 초반부 엄마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고생하는 부모님 생각이 나 눈물이 나곤 한다”고 했다. 꿈은 뭘까. 묻자마자 휴대전화를 든 수희의 엄지손가락이 바빠졌다. “장애인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이 저에게 준 것처럼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배우요.”

대진여고 연극반은 이번 본선 후 장애인 복지회관을 돌며 공연할 계획도 갖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