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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단독] 뇌병변 시골소녀 서울대 가다2009-02-02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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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을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지 두 배 더 기쁩니다. 그동안 도와준 분들께 정말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2009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경영학부에 지원(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해 지난달 30일 합격한 충남 당진군 호서고 3학년 정원희양은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흔히 '뇌성마비'로 알려져 있는 선천성 뇌병변을 갖고 태어난 정 양은 두 다리와 두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2급 중증장애인.

불편한 몸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간 쉽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을 받아 적는 것부터가 정 양에겐 넘기 힘든 벽이었다. 특히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남들보다 뒤지는 필기 속도 때문에 너무 속이 상했다.

하지만 정 양은 포기하지 않았다.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필기도구를 잡고 통제할 수 있는 왼손의 능력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른손잡이에 익숙해진 몸의 습관을 뜯어 고쳐서 왼손잡이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정 양의 열정은 이를 이겨냈다.

정 양의 합격에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 뿐 아니라 주변의 격려와 응원도 큰 도움이 됐다. 학교측은 정 양을 위해 정 양이 속한 학급은 3년 내내 건물 1층 교실로 배정해 줬다. 교실 문을 열고 나서면 곧바로 화장실과 연결되는 위치였다.

학교 친구도 든든한 우군이었다. 친구들은 휠체어로 급식소를 오가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급식을 대신 받아 전해주었다. 정 양이 3층 도서관을 이용할 일이 생기면 기꺼이 '부축 도우미'가 되어 주기도 했다.

1분, 1초가 아쉬운 수험생이지만 재활치료를 받으려고 서울이나 충남 천안으로 가야 하는 정 양을 위해 물리치료 봉사를 해 준 신라대 오태영(물리치료학)교수도 잊을 수 없는 은인이다.

정 양의 꿈은 회계학자가 되는 것. 그 이유를 정 양은 당차면서도 의젓하게 말했다.

"1997년 당진에 있는 한보철강이 부도가 났어요.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친구들은 직업을 잃은 부모를 따라 전학 가는 모습을 보면서 투명한 회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어요."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출처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