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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랑과 섹스에 용기를 가지세요”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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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공개 파장 1년' 이선희씨 “전 당당해요”
성재활세미나 참석…“세상 편견 깨자” 강의

“전 제가 누드를 찍었다는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 절대 돈을 받고 찍은 것도, 그리고 장애여성의 성폭력을 부추기기 위해 그런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장애인도 성이 있다는 것을 사회에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누드라는 하나의 퍼포먼스를 실행한 거죠.”

지난해 10월 자신의 누드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선희씨가 지난 12일 국립재활원 ‘2005년 성재활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돈을 벌려고 그랬다’ ‘장애여성의 성폭력이 증가할 것이다’라는 등 세간의 비판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이씨는 “몸에 드러난 상처들은 그대로 나의 모습이며, 그 상처들만을 보며 저와 같은 중증 장애여성들의 삶을 재단하거나 편향되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본질적인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것입니다. 자연 그 자체로의 인간의 욕망에 관한 표현이죠”라고 덧붙였다.

21살 때 제주도 용두암에 놀러갔다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씨는 사고 이후 ‘여성이 아닌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인정하고 살다가 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여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그 사건은 이렇다.

“이씨의 어머니는 어느 날 ‘선희야, 병원에서도 그러고 엄마 생각에서도 월경을 없애는 게 너에게도 편하고 좋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전 그때 어떻게 엄마가 나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엄마에게 뭐가 좋은 거냐며 다시 되묻자 엄만 ‘내가 네 곁에 평생 있을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니 엄마가 없으면 네가 얼마나 불편하겠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차근차근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가던 이씨는 이 부분에서 눈물을 보였다. 이내 눈물을 닦아낸 이씨는 “그때 전 그 말이 사실 이해가 되면서도 절대 하지 않을 거라며 결혼해서 아이를 가져본 후에 그런 결정을 하게 되더라도 그때 내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화를 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일로 인해 전 가족 내에서 장애여성의 현실을 느끼게 됐습니다. 장애라는 문제 때문에 여성으로써 여성의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게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이러한 왜곡된 시각은 가정뿐만이 아니었다.

이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호기심으로 장애인을 만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포장한 대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었고,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예 만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물며 치마를 입었다고 해서 ‘불편하게 치마를 왜 입고 다니냐’고 바지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사고이후의 몇 차례 연애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담담히 전했다. 이씨에게 먼저 다가온 남성도 있었고, 이씨가 먼저 다가간 남성도 있었다. 이씨는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닥치는 많은 일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몇 번의 아픈 과정을 겪고 나서야 전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결국 이씨는 사고이후 몇 번의 연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당당함을 갖게 됐고, 장애여성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기 위해 누드에도 도전하게 된 것이다.

“이 사회는 여성이 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상당히 편견으로 바라봅니다. 거기다가 장애가 있는 여성이 그럴 경우, 아주 동물 취급하지요. 저 그 잘못된 인식들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고정관념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여러 사람이 모인다면 언젠가는 바뀌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사랑과 섹스에 용기를 가지세요. 사랑과 섹스는 삶에 행복한 즐거움이거든요. 저도 많이 누려보고 싶습니다. 꼭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