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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애인이면 취업도 못하나 ‘너무하네’2005-10-12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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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11일 잠실종합운동장 옛 중소기업제품전시판매장에서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공동주최 했다. 주최 측은 ‘희망''열정''고용창출’을 내세웠지만 정작 장애인들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며 볼멘소리다.

◇ 장애 심하지 않아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3급 지체장애인 정모(29)씨는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돌아보는 내내 한숨만 내쉬었다. 500여개 기업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꿈에 부풀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세살 때 당한 사고로 척추측만증을 앓아 키는 130cm에 멈췄다. 작은 키 때문에 인산인해를 이루던 박람회장에서도 이리 치이고 저리 채이기 일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이후 쉬지 않고 일했을 만큼 일상생활에 불편은 없다.

원하는 구직분야는 사무직이나 전화상담. 기본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고, 거동에도 불편이 없기 때문에 그가 일하기엔 안성맞춤이다. 박람회장 내에 마련된 복사기를 이용해도 될 것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굳이 칼라로 출력해온 것도 그만의 전략이다. “아무래도 사진이 있는데 흑백보다야 칼라 출력이 낫겠죠?”

이력서를 낼 업체도 미리 뽑아 안내 책자에 꼼꼼히 표시해뒀다. 그는 고용형태가 정규직인지, 아닌지를 우선 따진다. 이미 여러 차례 계약직으로 근무해본 터라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 바람이다.

장애는 심하지 않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그를 대하는 업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업무 내용을 설명한 후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오래 앉아있어도 괜찮은지 등을 물었다. 대략 5~10분 정도의 시간뿐.

취업당락은 그 자리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수일내로 연락을 준다는 말이었다. 그나마도 합격여부가 아닌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며칠 내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장애가 심하지 않으니까 이나마도 지원할 수 있지만 지체장애가 심한 분들이나 언어소통이 안되는 분들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남들보다 조금 키가 작은 그가 지원할 수 있는 업체가 손에 꼽힐 정도니 다른 장애인들의 구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괜찮다 싶은 곳은 대부분 계약직이에요. 그밖에 정규직은 협회나 장애인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작업장이 전부예요.”

안내책자에 애써 표시해둔 업체부스를 찾으면 비어있거나 다른 업체가 떡하니 들어와 있었다. 박람회장을 몇 바퀴 돌아서야 책자가 잘못돼있구나, 깨달았다. 그에게 안내 팜플렛을 나눠주는 업체도 파트타이머 모집공고 뿐이었다.

◇ “취업? 기대도 안 한다”
지체장애 1급인 강환성(34)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박람회장을 둘러봤다. 그는 “운전직이나 생산?판매직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취업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2003년에도 취업박람회를 와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자신보다 능력 있는 장애인들이 뽑혀서인지, 심한 중증장애라 그런지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은 기억이 없다. 이번 박람회에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참석했다.

“직업은 없지만 기초생활 수급을 받아 생활은 돼요. 그런데 항상 삶의 활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훗날 결혼을 생각을 해도 그렇고, 제 미래를 생각해도 그렇고 직업이 있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이날 취업박람회가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알기 때문인지 쓴 소리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업체 표시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안내원도 많지 않아 정말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인지 의심스럽다”며 “해마다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열지만 매년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명의 장애인이라도 더 채용시키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청각장애 2급인 아들과 함께 박람회장을 찾은 한 어머니도 “귀가 안 들리는데 무슨 취직이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여기저기에 이력서는 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였다.

◇“취업기회 주고 싶지만…”
참가업체들도 할 말은 많다. 취업기회를 주고 싶어도 장애유형이랑 직종이 안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입장이다. 혹은 채용계획을 가지고 참가했지만 직원들이 장애인을 어떻게 생각할지, 다른 합병증은 없을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채용공고를 ‘지체장애’에서 ‘언어소통 가능자’로 급히 바꾸는 업체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동대문지회 박종출(50)씨는 “박람회를 통한 취업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장애인들의 일하는 속도가 일반인과 차이가 나다보니 사업주는 차라리 벌금을 내더라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생산 공장이 장애인의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람회를 총책임진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김경배 사무국장은 여러 가지 준비 미흡을 인정하며 특히 “최종확인 때까지 참가를 약속하다가 행사 당일에 나타나지 않은 업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사무국장은 “부족한 것은 앞으로 개선해나가겠다”며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취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미디어칸 이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