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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결혼 10년 만에 이룬 첫 직장인의 꿈2008-04-22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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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경씨, 포항세명기독병원에서 차트 정리 담당

그녀는 밝았다. 하얀 셔츠에 분홍색 토시를 끼고 나타난 그녀의 작고 마른 몸이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자연스레 우리는 웃음으로 먼저 인사를 나눴다. 밝은 미소의 주인공은 김해경(34·지체4급)씨. 지난 해 4월 초 포항지체장애인협회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포항세명기독병원에 취업한 그녀를 그녀의 일터에서 만났다.

“늘 일하는 것이 저의 꿈이었어요. 일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하며 살았었거든요.”

일찍 결혼해 소방공무원인 남편(38)과 딸(9)을 둔 김 씨는 그동안 가사 일만 전담했었다. 결혼한 지 10년을 넘어서야 첫 직장을 갖게 된 김 씨는 그래서 더욱 일에 애착이 가고 기쁘다고 했다. 어릴 때 앓은 질병으로 지체4급의 장애인이 되었지만-그녀는 말을 할 때 얼굴과 몸이 자꾸 의도하지 않게 움직였다-장애는 그녀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비장애인 남편과 결혼할 때도 꿋꿋했던 그녀였으니까.

“남편은 처음엔 반대했어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아들 잘 건사하고 집안 살림 잘 하길 바랐죠. 제가 너무 자신 있어 하니까 마지막엔 저의 편이 되어 주더라고요.”

그렇다고 힘이 안 드는 건 아니다. 일을 하면서 아이 학교 공부며, 살림까지 하려니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 씨는 일을 하는 동안은 아무 걱정 없이 집중해서 한다. 그러면 아픔도, 걱정도, 힘듦도 다 잊어버리고 하루가 신이 난다. 그녀가 하는 일은 수많은 환자의 차트를 정리하는 일. 하루 종일 차트뭉치와 씨름하지만 직장인이 되었다는 것이 꿈만 같아 믿기지 않을 때도 있다.

“너무 재미있어요. 병원 사람들도 너무 좋고요. 진짜 저에게 행운이 왔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포항세명기독병원과 취업지원센터에 감사드려요.”

포항세명기독병원 정원택 총무과장도 “일이 해경 씨한테 맞은 거 같아 다행스럽고 기쁘다”며 “앞으로 일에 적합한 장애인들은 꾸준히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흔히들 ‘일하는 기쁨’이라고 쉽게 표현하지만 김 씨를 보면서 그 말의 진정성이 되새겨졌다. 일하는 기쁨에 취해 있는 그녀의 향기 때문인지 나의 일에 대해서도 참 고맙고 기뻐지는 하루였다. 늘 밝고 당당한 김해경 씨. 그녀의 당당한 직장인의 꿈이 계속되길 기원한다.

*박명주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현재 포항지체장애인협회에서 회보를 만드는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박명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