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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비정규 파견직 KTX 여승무원 월급은 ?2005-10-05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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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인 케이티엑스(KTX) 승무원으로 일하는 김아무개(27)씨는 9월 월급명세서를 받아들고 한숨만 내쉬었다. 월급 총액은 140만원 남짓. 세금과 보험료를 빼고 손에 쥔 돈은 125만원이었다. 지난해 3월 ‘땅 위의 스튜어디스’라는 고속철 여승무원 모집 공고에 부푼 기대를 안고 지원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다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어요. 첨단 고속철의 ‘얼굴’로서 웃으며 손님들을 맞지만 속으로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회의를 떨칠 수가 없어요.”

372명 모두 비정규 파견직 ‘철도유통’ 이 관리비로 떼가
“휴일도 제대로 없어” 여승무원들 집단행동 나서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참다 못해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정규직인 것도 서러운데 휴일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역 등지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전단을 돌리며 자신들의 딱한 처지를 알리고 있다.
현재 케이티엑스에서 일하는 여승무원은 모두 372명으로, 모두 비정규직이다.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에 소속돼 한국철도공사로 파견되어 일하고 있다. 현재 공사가 승무원 1인당 지급하는 돈은 한 달에 248만5천원인데, 승무원들에게 실제 돌아가는 돈은 평균 155만원이 채 안 된다. 소속사인 철도유통에서 세금과 관리운영비 등을 떼고 나머지 70%가량인 174만1천원을 승무원 월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연·월차와 휴일을 단 하루도 쓰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승무원들은 실제로 받는 평균임금이 140만~150만원 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승무원들은 휴일조차 제대로 챙겨 쉴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한 열차에 3인씩 근무하고 있는데, 인원이 너무 적어 ‘주 5일 근무시대’는 완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 승무원은 “월별로, 요일별로 생리휴가를 쓸 수 있는 인원을 배정한 뒤 선착순으로 신청을 하게 한다”며 “여승무원들은 생리도 요일을 골라가며 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승무원은 “최근 회사에서 ‘서비스 교육에 30명씩 참여하면 일할 사람이 없으니 휴무인 사람들이 나와 근무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철도유통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항공기 스튜어디스들의 경우 필요 인원보다 10% 정도를 많이 뽑는데 우리는 예비율이 6% 정도에 불과하다”며 “인원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므로 공사 쪽에 충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노조 지부장 민세원(32)씨는 “철도공사 소속 승무원 가운데 계약 당사자가 공사가 아닌 승무원은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이 유일하다”며 “승무원들을 공사가 직접 고용하면 관리비용 등을 줄일 수 있고 처우도 개선될 텐데 굳이 비정규직으로 파견하는 방식이어서 비용을 이중으로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승무원은 정규직으로 할 필요가 큰 업무인데도 공공적 성격이 강한 철도공사 쪽이 값싸고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어 승무 노동자가 이중으로 착취당하는 꼴”이라며 “실질적인 업무지휘를 철도유통이 아닌 철도공사 쪽에서 받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 파견 혐의도 짙다”고 지적했다.

출처 : 한겨레 유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