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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애인들의 홈런을 기대한다2007-10-15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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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문 열리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어
일터에서 인정받는 장애인들 많아지길

부산의 바다 바람을 맞으며 근무를 시작한지도 2년이 다 되어 간다. 부산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직야구장의 열기, 롯데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직장 동료들과 롯데의 경기를 몇 번 구경하러 갔었고 그때마다 ‘부산갈매기’, ‘롯데의 강민호’ 등을 따라 부르는 사람들에 묻혀 어느새 롯데 팬이 되어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롯데 팬들의 소망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야구장의 응원 열기만큼은 전국 최고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지독한 LG트윈스의 팬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탓에 자연스레 MBC 청룡, LG 트윈스를 좋아하게 되었고, 94년 김재현이라는 선수가 등장하면서 야구장에 가면 항상 우측 외야에서 홈런 볼을 기다리면서 경기를 관전했다. 고졸 신인으로 데뷔 첫해 팀 우승에 기여하고 항상 성실한 자세로 꾸준한 성적을 올려 LG트윈스 팬들의 사랑을 많은 받았던 선수가 김재현이다.

그가 보여준 가장 극적인 장면은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대타로 나와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힘겹게 1루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일 것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희귀성 질병을 안고도 대타로 나와 보여준 그의 모습은 당시 LG트윈스의 팬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LG구단은 김재현 선수를 버렸고, 그와 함께 많은 LG트윈스 팬들을 잃었다.

우리 사회에는 김재현 선수와 같이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요즘 들어 희귀성 질병과 사고로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고 장애인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물론, 장애를 갖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예전과 달리 사고 및 질병 때문에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되는 사람들의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다가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현 상황을 인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더 힘든 상황은 그 뒤에 있다.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아도 취업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직업을 갖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인들에게 취업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만의 몫이 아니다.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 여러 취업서비스 및 지원제도를 결정할 수 있는 정부기관,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시설, 그리고 그들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다.

얼마 전, SK와이번즈로 이적한 김재현 선수가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환하게 웃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았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도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일터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환하게 웃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그것이 장애인들에게는 ‘인생의 홈런’이 아닐까?

*이 글은 보내온 이영우씨는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부산지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기고/이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