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기업에 한정…정작 필요한 장애인 빠트려
고용주 보조하는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 대두
노동부가 지난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근로지원인서비스 사업.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이 사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장애인당사자들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려와 비판은 바로 영리사업장에 근무하는 장애인으로 지원대상을 한정했다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인권정책연구회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의 주최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근로지원인제도 도입에 관한 세미나'에서는 그동안의 우려와 비판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장애인당사자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들어보자.
▲노동부 사업은 포커스가 잘못 맞아=노동부가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근로지원인서비스사업은 2007년도 노동부 부처공모형 사회서비스일자리사업이다. 부처공모형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새로운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모델을 노동부 사회서비스일자리정책팀이 각 부처로부터 공모받아 선정·지원·평가하는 사업이다. 노동부 사업의 표면가치는 중증장애인 근로 지원이고, 내재가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인 것.
이에 대해 세미나의 주제발제자로 참석한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전정식(IL자원센터 노적성해 소장) 강사는 "어느 사업이나 이러한 두 가지 가치는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치 간의 비중은 균형적일 수 있고 표면가치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이 수행될 수 있다. 그런데 노동부의 현 사업은 가치균형적 측면에서 상당한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을 지닌다. 중증장애인 근로지원 가치는 사라지고 사회적 일자리 늘리기 가치만이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의 근거로 전씨는 "노동부 사업은 영리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현재 장애인 고용 현실을 볼 때 일반 영리사업장에서 근로지원인을 필요로 할 정도의 중증장애인이 고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제시했다.
전씨는 "근로지원인제도의 포커스는 근로지원인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최중증장애인이다. 그런데 노동부 근로지원인서비스 파일럿사업에는 근로지원인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들이 과잉 포함될 여지가 많다. 이로 인해 근로지원인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왜곡되어 진행될 수 있다. 근로지원인이 잡코치나 고용주를 위한 인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씨는 "지금 활동보조서비스 현장을 보면, 장애인이 아니라 가족이 활동보조인을 가정부 부리듯 사용하는 경우가 왕왕 나타난다"고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의 예를 제시하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만약 근로지원인에 대한 정확한 마인드 없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하나로 추진되고 현행대로 근로지원이 필요한 최중증장애인고용과 관련이 적은 사업장에서 사업이 추진될 경우, 근로지원인 취지는 사라지고 근로지원인이 장애인이 아닌 고용주를 보조하고, 최악의 경우 근로지원인이 보조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된 업무를 하고 장애인은 구색으로 존재하는 상황도 예상 가능하다."
▲비영리사업장 제외, 왜 잘못됐을까="단기 잡코치가 아닌 지속적으로 근로지원인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근로자는 전맹시각장애인, 전신마비척수장애인, 최중증뇌성마비장애인, 근육장애인 등이다. 현재 일반 영리사업장에서 근로지원인을 필요로 하는 최중증장애인의 고용이 이뤄지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리사업장 장애인근로자는 1~2급 중증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근로가 가능함을 전제로 고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씨는 노동부가 근로지원인서비스사업을 영리사업장 장애인근로자로 제한한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꼬집었다. 전씨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이나 장애인중심기업도 마찬가지"라며 "보험업 등 몇군데 사업장만이 예외적으로 근로지원인이 필요한 사지마비척수장애인 등이 고용되어 있을 뿐이다. 서울시 장애인고용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현장연구를 보면, 뇌병변장애, 근육장애, 류머티스장애 등 고용기피 장애유형을 가진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일반사업장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근로지원인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장애인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근로지원인을 필요로 하는 최중증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영리사업장이 아니라 노동부사업이 배제하고 들어간 장애유형별 단체나 혹은 엔지오, 복지관, 자립생활센터 등 비영리사업장들이다. 특히 근로지원인을 필요로 하는 최중증장애인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다."
이와 관련 전씨는 “2000년 이후 6년 사이에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자립생활센터는 근로자의 40~50% 이상을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있고, 센터 당 평균 4명의 중증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장애인 당사자 목소리 수렴해야”=“당사자 그룹의 집단적이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요구와 실질적 참여가 없다면 그 어떤 훌륭한 이념적 기초를 지닌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정치적 이해나 비장애인 사회의 일자리 확보 목적에 수단으로 동원될 뿐이다.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 정책도 마찬가지다.”
전씨는 이번 노동부 사업의 내용이 결정될 때 정책수요당사자인 장애인들의 참여가 빠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 사업의 가치 균형적이고 현실 적합한 실행의 충분조건 중 하나는 아마도 당사자 집단의 참여의지와 실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소장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