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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서서2007-10-01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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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장애인이 적은 장애에 대한 자유기고

여태껏 나는 흘리는 땀과 식량을 바꾸는데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 생각했었다. 노동이야말로 나와 내식구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그 가치에 대하여 단 한 번도 의심을 하지 않았었다. 남들보다 뒤 처지는 이유를 남들보다 덜 흘린 땀의 결과로 받아들이며 조금 더 땀을 흘려야겠다고 스스로 분발을 촉구하던 지난 여름, 빗길의 교통사고는 주변의 많은 것들을 변화 시키고야 말았다.

선천성 장애인과 후천성 장애인의 수치 비교에는 애초부터 관심 없었다. 꿈에서도 생각한 적이 없었던 장애인이 되었으면서도 사실 나는 장애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왜 장애인이야?"

"에이, 아니야. 멍청한 의사들이 제대로 진단 내리지 못한 거야. 나는 곧 완쾌될 거야."

듣도 보도 못했던 세계장애인대회, 장애인복지관, 장애인언론 등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입력되고 있었지만 그저 물 위의 기름처럼 둥둥 떠다니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중추절. 삼형제중 장남인 나는 문설주에 기대어 동생들과 아이들의 궁둥이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인정하지 못하고 있던 나의 장애는 조상님들에 단 한 번의 절도 올리지 못하게 그렇게 깊숙이 나를 침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블뉴스라는 인터넷매체의 누구나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한 달이 지나갔다. 그리고 절실히 느꼈다. 나는 애초부터 기자가 아니었다. 단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떠도는 외로운 영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그저 자유기고가이고 싶다.

장애를 얻고 나서 제일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장애 그 자체가 아니었다. 내 몸이 아프고, 행동이 부자유스러운 것은 어느 정도 감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장애로 인하여 가족들이 받는 심적인 고통만은 도대체 내가 어쩔 수 없었던 내 영역 밖의 일이었다.

정왕동 장애인복지관(시흥장애인종합복지관)을 알게 된 것은 그런 갈등의 최고점에서였다. 난국을 타개하고 싶어 이리저리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누군가의 권유로 복지관을 찾았고 간단한 심리 상담을 하고 복지관내의 치유프로그램중 하나인 음악치료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렇게 정왕동 장애인복지관을 접하게 되었다. 음악치료의 성과나 기능에 대하여는 따로 기고할 생각이다. 이곳에서 아직 장애인 기록대장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초보 장애인이지만 나는 너무나 놀라운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시흥시에 있는 장애인 관련 단 체수는 무려 열다섯 개. 수치 비교에는 관심이 없다고 서두에 언급했었지만 관련 단체수가 저리도 많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야말로 혼란에 빠지고야 말았다. 저 수치가 말해 주는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다시 정왕동 장애인복지관으로 이야기를 돌려 보자. 처음 나는 이 단체가 시에서 운영하는 시 소속인줄 알았다. 장애인 복지가 절대가치인 그런 조직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은 시유지의 토지에 사찰에서 건물을 올려 장애인복지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이었을 뿐이었다. 연간 수 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 받는다고 들었다.

정왕동 복지관에 대한 장애인들의 거부는 사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곳은 ‘얼치기 장애인’ 눈으로 봐도 절대 장애인 복지 시설이 아니다. 장애를 등에 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을 위한 단체쯤으로 정의해도 무리가 없을듯하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것이다. 장애인이 누구나 쉽게 영리에 이용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바로메타 일지도 모르는 열다섯 개의 단체가 주는 의미. 주차장, 1층, 2층, 3층, 건물 속 사람들에 대한 소묘, 장애인 복지관에 대한 심층 기고 말이다.

재활의 의지보다 더욱 강하게 나를 자극하는 무엇, 나는 이미 장애인으로 깊은 걸음을 내디딘 천상 장애인이 아닌지 모르겠다.

*정영수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2006년 2006년 7월 교통사고를 당하고, 2007년 7월 뇌병변 3급 장애 판정을 장애인 당사자입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정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