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촉진, 진보를 위한 우리의 선택
부유한 사람들을 보다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의 기준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말이다. 이에 입각하면 우리의 현주소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장애인 복지 현황이 모든 걸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대책 없는 빈곤의 현실 속에서 우리 장애인들은 제 자리를 못 잡고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장애인고용정책의 일환으로 50인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둔 사업장에 대해 2%의 장애인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주의 자세다. 의무고용과 함께 거론되는 고용장려금, 고용부담금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장애인을 고용하면서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장려금이 아니라 장려금을 타기 위해 장애인을 마지못해 고용한다. 심지어 고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 고용을 위장하기까지 한다. 부담금을 내지 않으려는 몸부림 역시 볼썽사나운 수준이다. 모든 게 주객전도라 할 만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가 추구해야할 ‘함께 일하는 사회’는 요원할 뿐이다.
고용을 통한 장애인 복지 증진이 왜 이렇게 강조되는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일방적이고 일회적인 수혜 형식의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장애인 자립도를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진보 수준은 역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애인을 보는 사업주의 시선이 지금과 같다면 장애인은 일회성 자선정책에도 목마르게 될게 뻔하다.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
더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해 복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볼 만 하다. 스웨덴의 경우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급여형태가 상당히 다양하다. 장애인연금을 통한 현금수당을 비롯하여, 보건의료사업을 통해 치료, 재활사업, 의료기구 보조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들은 특수 설계된 주택에서 24시간 서비스를 받는 특별 서비스주택, 현금으로 지급되는 주택수당, 특수 장비를 갖춘 교통편의 서비스 등을 제공받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연금은 일반 장애인연금과 직업과 관계된 보조 장애인연금,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스웨덴에선 ‘신체장애인’(the disabled)이라는 말 대신 ‘고용곤란자’(hard-to-employ)라는 개념을 도입해 신체적·정신적 장애는 물론 각종 사회적 장애로 인해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로 장애인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장애에 대한 편견의 벽은 결코 개인의 힘으로 극복될 수 없는 것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기틀을 마련해야 함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9월은 장애인고용촉진의 달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보다 많은 일자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면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한편 촉진의 달까지 만들어가며 장애인고용을 도모해야 하는 현실에 씁쓸함이 스쳐간다.
최고의 자는 최고의 선택을 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최고로 만드는 자라 했다.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우리의 부족함을 보강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증장애인고용을 위한 ‘대기업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우리의 새로운 선택이다. 명심할 사항은 해당 제도가 장애인 직접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향한 돌파구라는 점이다. 간접고용의 실행이 이들을 위한 사회적 도피처가 되게 해선 안 된다. 우리의 선택을 최고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글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광주지사 고용지원팀 황승주씨가 보내오신 기고문입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기고/황승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