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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거리·일터에서 더 많은 장애인 만나고 싶다”2007-09-04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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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리나라 장애인수 215만명 추정…함께 걷고 일하면 편견 사라져

“장애인은 ‘조금 다른’ 사람들이긴 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물론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용정책에서 지금 같은 쿼터제 역시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장애인들을 ‘장애인’이라고 따옴표를 쳐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냥 함께 일하고 같이 밥을 먹고, 때로는 퇴근 후에 더불어 술 한 잔 하면서 윗사람 흉도 보고 하면서 점차 일종의 ‘전우애’을 형성해가는 것이 직장 동료 아니겠습니까. 일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투기도 하고,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땐 뿌듯한 보람도 공유하면서 말입니다. 장애인 직장동료라고 해서 그런 것이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생각 글, 희망 하나 ‘장애인’ 노동에서 따옴표를 빼기’ 34~39쪽 중에서)

“낙타의 다리 하나는 다른 셋보다 조금 짧았다. 그래서 그 낙타가 걸어간 자리는 누구나 다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낙타의 탓도 아니었고, 낙타가 바라던 바도 아니었다. … 낙타는 꿈꾸고 꿈꾸고 또 꿈꾸었다. 친척, 친구들의 틈에 끼어 멀고먼 사막을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 밤마다 잠들지 못하고 오래오래 서성이는 낙타의 그림자를 본 낙타의 주인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행에 낙타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 많이 익숙해졌어도 낙타의 발걸음은 여전히 고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과 낙타들은 낙타가 다시 제자리에서 제 속도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낙타가 자신들의 행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낙타 역시 자신이 행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임을 배우게 되었다. … 다리 하나가 다른 세 개의 다리보다 조금 더 짧은 낙타 한 마리가 있었다. 사막을 여행하고 싶던 그 낙타가 어느 날 정말 사막으로 갔다. 그리고 그 여행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낙타와 사막과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그림 우화, ‘어느 날 멀고먼 사막에 하얀 꽃이 피어난 이야기’ 1~27쪽 중에서)

몸이 멀쩡한데 놀면 되겠느냐는 말이 있다. 물론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도 일은 똑같이 필요하다. 몸이 불편한데 편히 있으면서 사회의 도움을 받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이란 우리가 세상의 한 부분으로 책임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른이 되게 해준다. 사람이 일을 하지만, 그 일은 사람을 만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자꾸 닮아간다는 게 그 증거다. 어떤 일을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 그 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가 그 일을 통한 수익보다 더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그 ‘우리’ 속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포함된다. 물론 장애 때문에 가질 수 없는 직업들도 있다. 하지만 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일은 밥벌이 이상의 그 무엇이다. ‘함께-마음으로 듣는 소리’는 우리 사회가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그림 우화 ‘어느 날 멀고먼 사막에 하얀 꽃이 피어난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으로 ‘함께’의 문을 열면 이어서 생각글과 생각사진이 장애인에게 있어서 일이 어떤 의미인지 차분히 일러준다. 그리고 실제 여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사업주, 그리고 장애인 딸을 키우며 세상에 대해 더 많이 깨달음을 얻은 만화가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의 일에 대한 보다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

디자인하우스 편집자는 이 책에 대해 “정부 추정으로 우리나라의 장애인은 215만 명을 넘어, 거리에서 20명을 만나면 1명은 장애인이어야 한다”면서 “몸이 불편한 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이 하나도 특별한 경험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 되는 사회, 더 많은 장애인을 거리와 일터에서 만나고픈 욕심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글을 쓴 조윤주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자유기고가로 시작해 방송작가, 문화콘텐츠 기획자, 영화제 스텝, 저널 편집자 등 글과 영화와 관련된 여러 일을 했다. ‘현실문화연구’ 편집장을 마지막으로 다시 고되지만 자유로운 밥벌이를 하고 있다.

그림을 그린 박서림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십 년 넘게 매달려온 ‘나는 멧돼지다’ 작업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 여러 미술전에서 입상했다. 박서림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매혹시킨 화가들’을, 유어예란 이름으로 ‘프랑스 오브 유어예’를 썼다.

사진을 찍은 박건주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디자인하우스에서 만드는 여러 매체에서 7년째 사진을 찍고 있다. 지금은 ‘디자인’, ‘맨즈 헬스’, ‘굴렁쇠’, ‘트랜스 트렌드 매거진’ 등의 잡지와 단행본 작업을 하고 있다. (02)2263-6900

출처 : 세계일보<조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