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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취업10수생서 장애인 돕는 CEO로2007-08-13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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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연미 봄온아나운서아카데미 대표

그는 1964년생. 하지만 그의 얼굴은 서른세 살 같다. 잔주름은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의 눈빛과 표정에 하도 생기가 넘쳐, 잔주름 따위는 눈에 띄지 않게 만든다.

성연미(사진) 봄온아나운서아카데미 대표. 80년대말, 90년대초 방송을 봤던 많은 이들이 그를 KBS 아나운서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PD로, 전업주부로 변신을 거듭해 최근 국내 최대 합격률 아나운서 양성기관의 CEO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MBC 공채 아나운서 3명 중 2명이 이 학원 출신일 정도. 그 실력과 노하우로, 그는 장애인을 지상파 방송 아나운서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장애는 한계도, 특권도 아닙니다"= 봄온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함께 이달 20일까지 장애인 5명을 선발해 11월까지 교육할 계획이다. 이들을 지상파, 케이블TV의 방송사 아나운서, 리포터 등 방송전문인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성 대표는 밝히지 않으려 들지만, 돈으로 환산하면 적지 않은 값어치다.

“장애인은 별개 계층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똑같은 국민, 시청자입니다. 지상파방송에 장애인 아나운서도 나와야 합니다. 물론, 실력을 갖춰야죠. 그러려면 장애인 스스로 ‘내 장애가 한계도 아니고 특권도 아니다’라고 인식을 바꿔야 해요.”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경험'을 강조한다. 그 역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인식이 바뀌었다. KBS1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의 25주년 축하연에 참석했다가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씨를 만난 것이다.

“방송제작진이 주는 ‘최고스타상’을 받고 이희아 씨가 그러더군요. 손가락이 네 개인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고. 만약에 손가락이 다섯 개였다면 지금보다 피아노를 잘 치지도, 지금처럼 사람들한테 사랑 받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손가락이 네 개여서 더 열심히 피아노를 쳤다는 이씨, 25년 동안 꾸준히 장애인을 위해 공헌한 방송인들을 보면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나운서 만들기'는 그가 자신하는 일이었다. 그와 봄온은 '얼굴이 못나서', '검정고시 출신이라', '떨어질까봐' 불안해하는 수강생들을 아나운서로 만드는 것이 사명이다.

그 역시 10전11기의 경험이 있다. 1985년 KBS 공채 10기로 입사하기까지 그는 KBS, MBC, 지방MBC 등 공채를 합쳐 10번 이상 낙방했다. 상심한 그는 한 때 꿈을 접고 교사로 취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그를 6개월 만에 다시 수험장으로 불러냈다. 어떤 힘이었을까?

"동국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부모님께서 원하셔서 막연히 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우연히 교내 방송을 진행하게 됐는데, 어찌나 재밌는지 방송 준비하느라 밤을 새도 좋았어요. 제가 그때나 지금이나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돌아보지 않고 빠져들거든요."

◇꿈은 체험에서 찾아 긍정의 힘으로 이루는 것= 그는 ‘긍정’의 힘을 강조한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아나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주민이 망연자실한 수해현장에서도, 가슴 무너지는 빈곤의 현장에서도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용기를 주고 서로 돕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나운서의 일이라는 것이다.

“아나운서들은 시청자한테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에요. 꿈을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스스로 꿈을 꾸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꿈은 체험에서 나옵니다. 저 역시 교내방송을 하기 전까지는 꿈이 없었어요. 접해봐야 꿈이 뭔지 알 수 있습니다. 부딪혀보세요.”

수강생들의 체험을 넓히기 위해, 그는 2002년부터 '사랑나눔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모임에서 수강생들은 좋은 책을 골라 낭독해 오디오북을 만들고 시각장애인용 점자도서관에 비치하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일은 치열한 입사 경쟁에 지친 수강생들한테도 힘을 준다.

"봄온이요? 제 첫 제자들이 "우리한테도 언젠가는 봄날이 오겠죠?"하면서 만든 말이에요. 남들은 글로벌 시대에 너무 촌스러운 이름이라는데, 전 이 이름이 정말 좋아요. '봄날은 온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