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직장으로 부상한 공기업의 공채방식이 바뀌고 있다. 영어 고득점자와 고급자격증 취득자가 대거 몰리면서 화려한 자격조건도 이제 더 이상 합격을 보장받지 못한다. 자격보다는 실력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공기업들은 필기시험을 강화하는 등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기본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고 있어 이래저래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지원자 수준, 상향평준화
최근 공채 원서접수를 마감한 한국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한국수출보험공사 등 주요 금융기관의 경쟁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100대1 정도를 기록해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 14일 원서접수를 끝낸 한국수출입은행은 30명 모집에 2754명이 몰려 9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25명 가량 채용할 예금보험공사에는 4600명 가량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려 184대1에 달하는 경쟁률이다.16일 접수를 마감한 금감원에도 4500여명이 지원서를 냈다. 채용규모는 30명 정도로 경쟁률은 150대1에 이른다.
지원자들의 수준도 갈수록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금감원 지원자 가운데 회계사 500여명, 토익 900점 이상자 1200명, 토플 CBT 250점 이상은 83명이나 된다. 다른 기관 역시 마찬가지로 수출입은행은 지원자의 51%가 토익 900점 이상 득점자다. 예금보험공사에도 회계사만 300여명, 토익 980점 이상자도 30명이 넘게 몰렸다.
●자체 필기시험 강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옥석(玉石)’을 가리기 위한 공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영어 고득점자와 고급자격 취득자가 많게는 수천명 이상 몰려 이같은 자격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수출보험공사는 전공시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공사측은 21일 “우리는 고시공부하듯 취업을 준비한 사람은 원치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 공사 관계자는 “평소에 얼마만큼 성실히 전공영역을 공부했나를 측정하기 위해 시험범위를 광범위하게 택하고 있다.”면서 “문제 난이도를 높이는 것보다 범위를 넓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벼락치기식’ 공부로는 취업 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공인회계사 50명 전원이 떨어졌다. 필기시험 성적이 저조했던 탓이다. 수출입은행은 영어시험을 따로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토익·토플 성적으로 영어시험을 대체하지만 수출입은행은 서류전형시 받는 영어성적과 별도로 텝스 시험을 공통으로 치르게 한다.
●외투(外投)기업도 업무능력 우선
이같은 경향은 공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코트라(KOTRA)가 국내 외국인투자기업 63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외투기업 52%가 “업무능력을 최우선시한다.”고 답했다. 반면 외국어 구사능력을 우선시한다는 기업은 21%에 불과했다.
출처 : 서울신문 강혜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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