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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누구든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2007-06-05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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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제도 없고, 강제성도 없는, 그러나 불편하지 않은

[특별기고]세계 각국의 배리어프리-③독일

2007년도는 우리 장애인계에 또 하나의 기록적인 업적을 남긴 해로 기억될 것이다. 바로 올 하반기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Barrier Free, 이하 인증제)’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는 장애인과 노인 등 누가 이용하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건축물과 도시라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우리사회 이동약자들이 사회시설에 느끼는 많은 불편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하게 된 것이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회장 차흥봉)는 좀 더 실효성 있는 제도시행을 위해 복지 선진국인 일본과 프랑스, 독일의 장애인 편의시설 인증제 현황을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에이블뉴스는 김정열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인순 편의증진팀장 등 5명의 조사단이 각국 현지에서 보내온 글을 총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출장의 마지막 방문지인 독일에 도착했다. 독일은 시설물을 설치와 관련해 특별히 배리어프리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거의 모든 시설물이 처음부터 휠체어사용자를 포함한 이동 약자들의 접근과 이용을 고려하여 설치되고 있다. 인증제 없이도 독일 시설물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의무사항 아닌 DIN(독일 표준 규격 규정) 대부분 시설에 적용돼

독일의 라인랜드팔츠 주정부를 찾았다. 주정부 중에서 장애인이나 여성 그리고 아동 등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책임자인 리차드 아원하이머씨를 만났다. 리차드씨는 독일에서 시설물을 설치하는 법적 근거는 독일 건축법과 DIN(das Deutsche Institute fuer Normung e.V 독일의 표준규격 규정이며 우리나라의 KS와 같은 규정)이라고 하는 표준제도라고 알려주었다. 신축하는 모든 건축물은 독일의 건축법에 의해 설치해야 하지만 DIN은 의무사항은 아니라 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건축가들이 예외 없이 DIN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DIN규정 적용에 의해 대부분의 건축물은 휠체어사용자가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는 시설물로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리차드씨는 독일에서 시설물을 설치하는데 있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시설로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하는 어떤 특별한 규정 의한 것이 아니라, ‘누구든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는 이념이 기본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특별히 DIN과 같은 표준규정을 의무 적용하도록 규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기 위해 휠체어 사용자도 함께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편의증진법 등)을 두고, 이에 맞추어 시설물을 설치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사회구성원의 모두의 권익을 동일하게 중요시하는 독일 사회의 일반적 이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현상이라고 느껴졌다.

200년 된 마인쯔시 오페라극장에도 편의시설은 기본

이와 같이 어떤 시설물이든 누구나 이용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아주 오래된 건물을 개보수할 때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며 이와 같은 사례를 우리일행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인랜드팔츠주 마인쯔시의 200년 된 오페라극장 (http://www.staatstheater-mainz.de/zweiteseite.asp)은 1904년 첫 보수공사 후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재 보수공사를 실시, 2001년 9월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시설로 설비를 갖추어 다시 태어났다. 아주 오래된 건물의 진입 계단을 별도의 공간과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으면서도 휠체어사용자가 함께 이용 가능한 계단 및 경사로로 설치한 것은 건축인인 우리 일행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다.

열기 힘든 주출입구 문은 기존의 문을 교체하기 보다는 자동으로 열리는 장치를 추가로 설치하였으며 내부 시설도 휠체어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곳곳에 설치하고, 관람석의 일부분을 휠체어 석으로 개조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고려가 돋보였다. 특히 휠체어 석은 전체 900여개의 관람석 중에서 10개를 할애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일반석으로 사용하다가 휠체어사용자가 올 경우 의자의 설비구조를 이용하여 고정의자를 제거하고 휠체어 석으로 만들도록 돼 있다.

이는 고정 석으로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의 설치법과는 다른 방식인데 이는 아마 그들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공간 활용법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러나 휠체어 관람석을 한 곳에만 설치하지 않고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함으로서 휠체어사용자가 관람석의 위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휠체어사용자 관람석을 어쩔 수 없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과 동등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빙엔시의 유스호스텔은 2003년에 전면 개보수를 하였다고 한다. 개보수비용은 시로부터 보조를 받아 시행했으며, 이때 휠체어사용자 등을 고려한 대부분의 시설이 설치되었다.

물론 유스호스텔이라는 이유로 휠체어사용자와 같이 보호자 혹은 자원봉사자 등의 인적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자 등을 동반하여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설의 구조는 휠체어를 타고 사용하는데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단차 없는 출입구와 내부 이동로, 수직이동 승강기, 장애인화장실(욕실포함)과 침실 등이 설치되어 있다.

국내·외 청소년이면 예약 후 누구든 이용 가능한 시설이다.

프랑크프루트 중앙역이나 마인쯔 중앙역 등의 대중교통시설도 휠체어 사용자나 유모차 사용자 그리고 여행가방을 든 여행객 등 누구에게도 사용 가능한 시설로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거리의 보도에는 보행자들이 거의 불편이 없도록 턱이 없거나 완만한 경사로로 설치되어 있었으나 차량의 진입을 방지하기 위한 볼라드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볼라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차량이 보도에 올라와 있는 경우는 전혀 볼 수 없었으며 이와 같은 쾌적한 보도환경이 차량보다는 보행자를 우선하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도는 주요거리뿐 아니라 마을의 뒷골목까지 보행자의 안전보행이 가능한 구조로 설치되어 있었으며 자전거도로와 자동차도로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어 어떤 보행자도 불편 없이 안전하게 보행이 가능해 보였다.

우리가 보고 느낀 독일은 개인보다는 사회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의 편의와 안전을 우선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며 누구도 별도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려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일행이 독일에서 얻어가는 것은 단순히 독일의 제도만이 아니라, 그러한 제도가 빈틈없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독일인들의 차별 없는 의식으로부터 나오는 저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이민족을 자신들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장애인을 특별한 그룹으로 보지 않는 그들의 인식은 우리가 앞으로 배우고 실천해야할 숙제일 것이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편의증진팀장 김인순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기고/김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