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만 교수 “장애인 고용정책 실효성 높일 것”
경영계측 “정부 재정지원 없으면 고용 감소”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은 ‘기업에 대한 이중부담’이라고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두 제도가 법 이론적으로 모순되지 않으며 장애인 고용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건국대 조용만(법학) 교수는 지난 29일 서울 르네상스 서울호텔 다이아몬드룸에서 노동부가 개최한 ‘장애인차별금지 법제와 의무고용제도의 관계 정립’ 토론회에서 “차별금지제와 의무고용제는 그 이념·성격을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의 병존은 법 이론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두 제도의 병존은 장애인 고용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측은 일단 “기업들도 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장차법과 의무고용제도가 병행될 경우 제도적 기반이나 사회적 인프라가 확립되지 않은 현실에서 장애인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차별금지제와 의무고용제는 상호보완적 관계=차별금지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공정경쟁의 기반을 마련하는 기회의 평등을 지향하는 제도이고, 의무고용제는 역사적 차별에 대해 보상하고 직업적 통합을 촉진하는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는 제도라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차별금지제와 의무고용제를 병존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태리 등의 국가에서 두 제도를 병존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는 의무고용제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장애인 고용 및 지위향상을 위한 적극적 조치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조 교수는 또한 “영국의 경우 차별금지제를 시행하면서 기존 의무고용제를 폐지했지만, 유럽연합차원에서 예외적인 모습이었다”면서 “영국이 의무고용제를 폐지한 이유는 의무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했으나 처벌의 예가 거의 전무하는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차별금지제와 의무고용제의 병존은 장애인 고용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의무고용제만을 시행하는 경우 자격을 갖추 장애인을 정당한 이유없이 채용하기를 거부하거나 기타 근로조건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규제하기가 곤란하고, 차별금지제만을 시행하는 경우 기회평등을 저해하는 장벽의 제거만으로는 특히 중증장애인의 고용 및 직업통합을 촉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결국 의무고용제와 차별금지제 양자가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때 장애인 고용 효과에 긍정적일 수 있고, 장애인의 직업상 지위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차법 시행에 따른 제도 개선 과제는?=조 교수는 “차별금지제와 의무고용제가 병존하려면 각 제도의 적용대상 장애인의 범주를 재설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양 제도의 적용대상 장애인의 범주를 동일하게 하는 경우 중증장애인의 경우 양 제도에 의한 보호를 모두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장애인 그룹간의 제도적 형평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차별금지제의 주 대상은 정당한 편의제공에 의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장애인그룹(주로 경증장애인)이고, 의무고용제의 주 대상은 정당한 편의제공을 객관적으로 요구하기 곤란하거나 그것만으로는 고용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인그룹(주로 중증장애인)이다.
이에 따라 장애의 정도, 직업 내지 직무의 성격, 편의제공의 가능성, 편의제공에 따른 직무수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경증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구분기준을 확립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현행 의무고용제를 중증장애인 적용대상의 제도로 개선하는 경우에는 적용대상 기업, 의무고용률, 부담금, 고용보조금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부담금 납부 외에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대체 방안을 검토하자며 ‘장애인 보호고용 사업장의 창설·출자’, ‘보호고용사업장이 생산한 물품의 구입’, ‘중증장애인 교육훈련기관의 설치·운영’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정당한 편의제공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장애인차별금지제도에 따른 장애인 고용의 긍정적 효과는 기대하기가 곤란하다”면서 “정당한 편의제공과 관련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 주장에 대한 경제계 반응은?=경제계는 그동안 차별금지제와 의무고용제가 양립할 수 없는 제도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번 토론회에서도 경제계의 입장 발표에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 임영태 전문위원은 “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은 금지돼야 하며,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힌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점에는 경영계 역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위원은 “장애인 고용과 관련한 부족한 국민의식과 정부재정지출 부족, 사회적 인프라구축 미비 등 그 기반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며 “두 제도가 동시에 실시되는 현실에서 얼마나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고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장차법의 도입효과에 대해서는 법률상의 구체적 내용과 법집행의 완전성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선험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우며 실증적인 문제”라며 장차법의 효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임 위원은 “장차법 등 차별금지는 모든 사회가 추구해야할 궁긍적인 목표이기는 하나, 차별금지를 목표로 하는 규제들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효용이나 고용을 증가시킬지는 의문”이라며 “장차법과 의무고용제도가 병행될 경우 제도적 기반이나 사회적 인프라가 확립되지 않은 현실에서 장애인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의원은 장애인고용에 대해 재정적인 지출을 적게 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위원은 “장애인고용에 대한 정부지출이 선진국에 열악한 실정”이라며 “장애인기초연금제 도입, 장애인고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장애인을 위해 정부가 기본적으로 책임져야할 부분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특히 “장애인고용과 관련한 정부지출은 200억원(2006년)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002%에 불과해 선진국의 GDP 대비 재정지출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 의원이 제시한 ‘선진국의 장애인 고용정책관련 재정지출 비율’(한국노동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GDP의 0.002%에 불과한데 비해 프랑스는 0.08%, 독일은 0.25%, 네덜란드 0.62%, 오스트리아 0.5% 수준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소장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