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지’ 선동윤 사장
직원 30% 장애인 채용후 동등 대우… 복지재단 설립해 무료 의족 나눠줘
“비장애인과 월급 똑같이 주고 일도 똑같이 시켜 ‘나쁜 사장’이죠”
정상민(34)씨는 장애인용 의수와 의족을 만드는 ㈜서울의지 차장이다. 본인도 어릴 적 사고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은 장애인이다. 그가 말했다. “우리 사장님은 나쁜 분이세요. 직원 50명 가운데 15명이 장애인이에요. 그런데 인정사정 안 봐줘요. 월급 똑같이 주고 일도 똑같이 시켜요. 손님이 의족 고치러 오면, 하던 일 중단하고 수리부터 해야 해요. 일은 밀려 있는데, 한 시간이 걸리든 하루가 걸리든 그거부터 안 해놓으면 정말 혼나요.” ‘악덕 업주’ 선동윤(50) 사장은 “내가 그랬나?”하고 껄껄 웃는다.
“또 있어요. 지난달에 히말라야에 간다고 하니까 ‘끝까지 걸어서 오르라’고 하셨어요. 아니, 내가 다리 하나가 없는데? 이를 악물고 4700m 칸진리봉 꼭대기까지 걸어서, 기어서 올라갔어요. 귀국해서 출근하니까 딱 한마디 하셨어요. ‘수고했다.’” 상민씨는 지난달 26일 ‘KBS 절단장애인-혼혈인 히말라야 희망원정대’ 대원으로 칸진리봉에 올랐다. (조선일보 5월 3일자 A3면) 희망원정대 등정기는 18일 오전 11시 KBS 1라디오와 19일 오후 11시 1TV에도 보도된다. 선 사장이 말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은 좌절감이 어마어마한데, 제대로 된 의족 하나만 있으면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다는 거, 그걸 상민이가 보여줬어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선 사장은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하던 의지 제작을 천직으로 받아들였다. “휠체어 타고 왔다가 의족 맞추고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습니다. 뭐랄까, 마약 같다고 할까요…?”
그 마약 같은 감동 때문에 선 사장은 좋은 일을 하기로 했다. 무료 의족 제작. “가난한 사람들이 사고가 많잖아요. 의족만 있으면 비장애인과 똑같이 걷고 뛸 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의족 하나가 최소 100만원이고, 절단장애인은 90%가 영세민이다. 그가 설립한 에이블복지재단(www.sun able.com·02-794-2108)은 지난해 가난한 청소년 장애인 30명에게 의족을 만들어줬다. 올해 목표는 100명. 홈페이지와 전화로 신청을 받는다. 신청자가 많으면 내년, 후년까지 계속할 작정이다.
“이제 우리 죽었다….” 상민씨가 웃으며 말했다. ‘악덕 업주’가 씩 웃었다. “너희들이 일하지, 내가 일하나, 허허.” 악덕 사장이 “죽을 때 아들 줄 아파트 한 채 남기고 다 주고 가겠다”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