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조항 거의 흡사…상호보완 관계
“장차법, 권리협약 이행 핵심 규범될 것”
장애인 인권보장의 양대 축이라 불리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이하 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한 세계의 흐름과 국내의 흐름을 반영해 만들어진 둘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개최된 ‘장차법의 제정의의와 장애인정책의 방향 토론회’에서 주제발제를 맡은 국가인권위원회 조형석 사무관의 발표문을 통해 두 안의 역할과 내용의 차이점을 살펴본다.
▲역할의 차이=조 사무관의 발표에 따르면, 국제적인 측면에서의 권리협약과 국내적 측면에서의 장차법은 그 목적과 방향이 유사하면서도 서로 다른 면이 존재한다. 장차법은 차별을 금지하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권리협약은 차별금지를 기반으로 정책방향까지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장차법에도 장애인인권에 대한 전반적 규정을 담겨 있어 포괄적인 법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주로 차별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장애인 정책 전반에 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반면 권리협약은 장애인 전반의 존엄성 및 사회참여에 그 목적을 두고 있으며, 장애인의 권리실현을 당사국의 의무로 규정한 점을 볼 때, 장애인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권리협약은 ‘장애인정책의 방향 제시’라는 거시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전반적인 인권증진에 그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조 사무관은 “장차법은 권리협약의 국내적 이행에 있어 중요한 핵심 법 규범으로 작용할 것이며, 권리협약은 국가의 장애인 정책 전반에 걸쳐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며 이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즉 이 둘은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항별 비교=장애인권리협약에도 자유권적 성격과 차별금지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장차법과 대부분 중첩되어 있으나, 차별금지에 관한 세부내용은 장차법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두 법안이 담고 있는 세부 내용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①장애의 개념=먼저 권리협약에서는 ‘장애’에 대해서, 장차법에서는 ‘장애인’에 대해서 정의하고 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두 안이 거의 유사하다. 먼저 권리협약은 장애인의 개념을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소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했으며, 장차법은 장애의 개념을 ‘신체적·정신적 소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②차별의 개념=차별의 개념은 어떻게 다를까? 먼저 권리협약은 각 분야별로 장애인에 대한 당사국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차별에 관해서는 제2조와 제5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차별의 범주는 직접차별, 간접차별, 합리적 편의제공의 거부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차법에서는 제4조에서 직접차별, 간접차별, 정당한 편의제공거부, 광고에 의한 차별로 나누고 있다. 즉, 두 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의 대상과 범위는 매우 흡사하다.
③편의제공의 의무=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의무에 대해 권리협약은 ‘합리적 편의(제2조)’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장차법은 ‘정당한 편의’라고 규정하고 있다. 권리협약의 ‘합리적 편의’는 상황별로 필요한 곳에 과도한 부담 없이 적절하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며, 장차법의 ‘정당한 편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차별로 판단하는 것이다.
장차법에서 ‘정당한 사유’는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을 의미하므로 이 같은 사정이 있는 경우는 차별이 아니다. 권리협약의 ‘과도한 부담’ 역시 부담정도를 합리적 수준에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장차법처럼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는 제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협약과 법이 모두 과도한 부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는 않다.
④차별금지의 영역=차별을 금지해야 할 대상영역에서 권리협약과 장차법은 거의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장차법은 모두 6개영역으로 지정했으나,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권리협약의 대상영역을 다 포함하고 있다. 장애여성 및 장애아동에 관하여 별도의 장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흡사하다.
장차법은 ‘차별금지’에 중점을 두는 반면 권리협약은 인권전반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장차법은 가족·가정·복지시설에서의 차별금지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뛴다. 반면 권리협약은 생명권(제10조), 개인의 자유와 안전(제14조), 고문 또는 잔혹, 비인도적 대우로부터의 자유(제15조), 사생활 존중(제 22조) 등의 규정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장차법에 비해 권리협약의 영역이 좀 더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다.
⑤권리구제 방안=장애인권리협약은 선택의정서상의 개인통보 및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조사권을 통해 규범력을 행사하는 반면 장차법은 권고 및 시정명령, 형벌과 벌금 등을 통해 차별금지에 대한 시정조치를 실현하게 된다.
출처 : 에이블뉴스<주원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