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48명 중 44명이 장애인 근로자
각자의 특성 파악해 최적의 업무 맡겨
[탐방]장애인표준사업장 창원 신진기업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경남 창원의 한 소규모 공장. 직원들이 작업에 열중해 있는 모습만 보면 여느 작업장과 다름 없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직원 대부분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장애인표준사업장 경남 1호점이라는 간판을 달게 된 창원 신진기업. 이 회사는 직원 48명 가운데 업무상 비장애인이 꼭 필요한 직책을 빼고, 무려 44명이 장애인 근로자다.
이 회사 장보은 사장을 만나서 직원들 대부분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이유와 비결을 들어봤다.
장 사장이 장애인들과 함께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5년부터 다니던 회사를 나와 96년 2명의 장애인과 함께 자동차부품을 조립하는 작은 업체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어릴 적 이웃 친구와 회사 동료 중에 장애인들이 있어 스스럼 없이 대할 수 있었던 것이 계기가 돼, 장애인을 고용하고 일거리를 주니, 점점 더 밝아지고 당당해지는 모습에 이들과 함께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또,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도 크리스찬인 장사장에게는 큰 원동력이 됐다.
처음에는 '장애인들이 뭘 할 수 있겠느냐'는 편견과 오해의 벽에 부딪히는 것이 힘들었지만, 사실 장애인 사업장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수익성이다. 기업이니까 당연히 수익성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는데, 장애인들의 경우, 생산성이 일반인의 80% 정도 밖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 직원들이 가진 장점 때문이다.
장사장은 "장애인들이 진실하고 거짓이 없는 데다, 무엇보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말한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땀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장사장은 "미국 GM(제너럴 모터스)사에도 97년부터 십년이 넘게 자동차 시동모터를 납품을 하면서 이제껏 불량품이 나오거나, 납기시한을 어긴 적이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10년이 넘게 장애인들과 함께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장애인들을 고용해 일할 수 있는 본인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우선, 장애인들마다 다른 장애를 갖고 있고, 장애마다 각각의 특성있는데, 이 특성을 잘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민감하고 섬세한 데다, 작업의 특성을 청각장애인의 경우, 다른 사람들을 리드하는 역할을 맡길 수 있는 반면, 정신지체 장애는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적응기간이 꼭 필요하고, 손쉬운 반복작업 밖에는 할 수 없지만, 한번 숙달되면 그 분야에서는 상당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장애인마다의 특성을 잘 살려서 작업을 배치해야 효율적인 작업능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장애인 고용이 쉽지 않다. 전에 장 사장과 함께 일했던 업체의 대표도 신진기업 장애인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장 사장을 통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하지만, 일하고 싶은 장애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꿈인 장 사장은 더 많은 기업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장 사장은 "장애인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환원 차원에서라도 기업들도 할 일이 많죠. 기업도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희생을 각오하고 장애인 고용에 동참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이 장애인을 직접 고용시켜 작업을 해 본 뒤, 그에 대한 평가를 철저히 분석해 회사와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도 장애인을 계속 채용하겠다고 말하는 장 사장에게는 "장애인들만으로도 기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 모델이 되고 싶다"는 것이 기업인으로서의 목표다. 장애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쁨을 가지게 하는 직장이 많아지는 것은 장 사장과 장애인은 물론, 우리 사회가 함께 갖고 있는 희망이자, 꿈일 것이다.
경남CBS 이상현 기자 hirosh@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출처 : 노컷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