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소식란
소식란

제목"장애는 불편할 뿐… 희망 꺾을 수는 없죠”2007-04-09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두다리 잃고도 다른 장애인 돕는 우총평씨

“사람들은 나를 보고 ‘병신대장’이라고 부르지만 전혀 개의치 않아요. 신체적 장애는 단지 불편할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들은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헬렌 켈러처럼 인생을 승리자로 살아야 해요.”
33살 때 버거병(폐쇄성 혈전혈관염)이 발병, 이혼과 함께 두 다리를 대퇴부까지 절단한 지체 1급 장애인이면서도 경기 하남 등 전국 5곳에 장애인을 위한 보금자리를 직접 지어 관계기관에 기증하거나 운영 중인 우총평(67·사진)씨. 그는 자신도 중증장애인이면서 다른 장애인을 위해 이 같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 같은 헌신적인 삶을 인정받아 1991년 이후 꾸준히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후보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로부터 제6회 ‘경기도장애극복상’을 수상했다.

서울 출신인 우씨는 버거병이 발병하기 전까지 부인과 딸을 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버거병이 생겨 직장을 그만두고 7번에 걸쳐 두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은 깨졌다.

이후 그는 한동안 노숙인으로 지내며 구걸과 장사를 해 간신히 월세방을 마련했다. ‘죽지 못해 살기 위해’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던 그는 어느날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친 정신지체 장애인과 불우노인 등을 보고 ‘삶의 귀중함과 심오함’을 깨달았다.

“이때 그들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길거리에서 구걸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는 평범한 장애인에 지나지 않았을 거예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인생은 송두리째 변해 버렸어요. 비록 두 다리는 없어도 뜨거운 가슴과 연민,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우씨는 “당시 나는 세상을 큰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깨닫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린 뒤 이들을 내 집으로 데리고 와 식사를 대접하고 하룻밤을 자고 가도록 권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이 일이 계기가 돼 ‘중증장애인의 대부’가 됐다. “처음 두 명에 불과하던 정신지체 장애인과 불우노인이 소문을 듣고 한두 명씩 내집으로 찾아 오는 거예요. 기쁘기도 했지만 어느덧 감당할 수 없는 숫자로 불어나자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했어요. 두 다리도 없는 내가 저들을 다 어떻게 보살필 수 있을 것인가? 내일 먹을 일용할 양식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처지에 저들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느님은 내 기도를 들어 주셨어요.”

우씨는 이후 지인들에게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후원회는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는 분들이나 독지가들에게 세금고지서처럼 생긴 후원금 영수증을 달마다 보내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후원회는 만들지 않고 십시일반 들어오는 후원금과 내가 틈틈이 버는 수익금으로 장애인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씨는 마침내 정상인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는 17년 동안 무려 5개의 복지시설을 직접 건립해 그 시설들을 천주교 측에 이관했다.

1987년 경기 하남에 처음으로 정박아들과 지체장애인들을 위해 ‘작은 프란치스코네 집’을 설립했다. 이어 89년에 제천에 ‘살레시오의 집’을, 92년에는 제주에 여성장애인만을 위한 ‘살레이시오의 집’을 각각 지었다. 같은 해 경기 김포에 남성장애인들을 위한 ‘프란치스코네 집’을 설립했고, 2001년에는 경기 파주에 ‘프란치스코네 집’을 지었다. 그는 현재 자립이 안 되는 파주 ‘프란치스코네 집’과 제주 ‘살레시오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세상에는 사회복지운동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역경과 고난을 딛고 한평생 자신을 희생한 고귀한 분들이지요. 우리 사회가 남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버리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몸이 건강했다면 오히려 남을 위해 아무 일도 못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 우씨는 “기력이 다할 때까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출처 : 세계일보<박석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