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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뇌성마비도 못꺾은 집념의 붓2007-04-09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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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한국화가 한경혜씨, 11일부터 개인전

7살때 죽을고비… 성철 스님과 문답후 회복… 대한민국美展 2번 특선

한국화가 한경혜(32)씨는 말을 하는 중간중간 불편한 듯 손으로 얼굴 한 쪽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지금은 말할 때 말고는 거의 괜찮아요.” 4급 장애인인 그는 일곱 살 때까지 ‘오체(五體)’가 따로 움직이는 장애를 앓고 있었다. “선천성 뇌성마비였는데, 일곱 살이 되자 물도 삼키지 못하고 음식도 삼키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어요. 병원에서는 제가 곧 죽을 거라고 했어요.”

어머니는 “이번 생에서 너와 인연이 여기까지라면, 내세를 위해 죄라도 참회해 보자”며 경혜씨를 데리고 해인사 성철 스님을 찾아갔다. 거기에서 어린 경혜씨는 스님과 문답을 주고 받았다.

‘스님 저 언제 죽어요?’ ‘오늘 저녁에 죽어라.’

‘어디서 죽을까요?’ ‘느거 집에 가서 죽어야지….’ 희한하게 그날 이후 물을 목으로 넘길 수 있었다.

한경혜씨는“봄이에요”라며 인터뷰 장소에 프리지아 꽃 한 다발을 들고 왔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경혜씨는 “그림은 어릴 때부터 나의 표현수단이었다”고 했다. 남들처럼 말하고 움직이진 못해도 그림만큼은 잘 그렸다. 서울 숭의여중을 졸업한 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학력을, 학점은행제에 따라 미대 학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 석사를 받고 지금은 박사과정 중에 있다. 그러는 동안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2번, 입선을 6번 했다. 그는 “죽을 고비를 맞았던 어린 시절에 물의 생명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때의 느낌을 담아 이번에 ‘물 속에서 물을 보다’라는 제목의 개인전(11~17일 공화랑·02-730-1144)을 연다. 그림에는 물과 벼가 등장한다. “물은 생명, 벼는 식(食)을 뜻하니 보는 사람마다 풍요로움과 마음의 안정을 느끼면 좋겠다”며 그는 웃었다. 지난달 경혜씨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는 ‘나눔의 집’에 그림 한 점을 기증했다. 흰 한복을 입은 여인을 주인공으로 해서 위안부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그린 동양화 ‘여인수난사’다.

“일본사람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99년에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그렸던 이 그림을 나눔의집에 갖다 드렸어요.” 그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음이라도 편해지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