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수 이사장, “맞춤훈련으로 삼성 움직여”
장차법과 의무고용제, 전혀 상충되지 않아
[릴레이인터뷰]⑨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박은수 이사장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지난해 맞춤훈련을 통해 삼성등 대기업에 장애인들을 대거 취업시키는 성과를 냈다. 이제는 중증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모형으로 ‘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제시하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본지 백종환 편집국장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박은수 이사장을 만나 그간의 사업성과와 앞으로 공단이 짊어지고 나가야할 과제에 대해 물었다. 경제계가 주장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의무고용제의 양립 불가능 논리에 대해 공단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도 물었다.
백종환: 에이블뉴스와 1년 만에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됐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지난 3년 동안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을 이끌어 오셨다. 이제 곧 임기가 끝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행 법규상 1년 연임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임을 통해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박은수: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 법에 따라 우리 공단의 이사장을 선임하는 절차가 바뀌게 된다.
예전에는 임기가 끝난 후 연임을 원하면 이사장이 연임의사를 밝히고 임원 추천 절차를 통해 결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연임을 원칙으로 한다. 즉, 1년 단위로 연임을 하되 연임여부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된다. 평가결과가 좋으면 자동 연장되고, 평가결과가 나쁘면 임기 중에라도 해임될 수 있다. 철저히 성과위주의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홀가분하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책임이 있어 연임에 대한 고민을 했을 텐데, 제도가 바뀌는 바람에 그냥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연임여부가 곧 능력에 대한 잣대가 되기 때문에 부담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백종환: 지난 2005년과 2006년 연이어 이사장 경영평가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사장 연임에 기대가 되는 대목인 듯 하다. 어쨌든, 3년 재임기간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일과 그에 대한 성과가 궁금하다.
박은수: 3년이 빠르게 지나갔다. 취임한 이후 우리나라 고용의 현실을 살펴보니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은 돈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사장 한 사람의 의지로 3년이라는 짧은 임기 안에 획기적인 수준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논리라 하더라도 예산확보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실용주의, 과학주의, 개방주의를 공단운영의 원칙으로 내세웠다. 예산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조직역량을 강화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부터 찾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공단은 장애인이 경영하는 음식점에서 회식을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의무고용’이라는 우수한 제도를 도입하고도 4년이 지나도록 국가기관에서 조차 완벽히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공기업을 먼저 공략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정부 쪽은 노 대통령이 의지가 있어 쉽게 풀렸고, 공기업 쪽은 기획예산처가 경영평가 항목에 장애인 고용 부분을 포함시킴으로써 획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004년도에 KBS에 장애인 100명이 한꺼번에 고용된 것은 매우 놀라운 성과였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
후에는 이런 성과를 토대로 대기업까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장애인고용, 삼성부터 잡겠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말 그대로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CEO를 만나면 분명히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직원들에게는 TFT를 구성해서 기업별 특성과 공략방법을 연구토록 지시했다. 대기업은 머리싸움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나의 운영방식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오버하는 것이 아니냐”, “왜 안 되는 일에 집착을 하느냐, 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당신은 운동가가 아니라 공기관의 책임 있는 장이다. 처신이 옳지 않다” 등 우려와 비판의 시선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내게는 나와 직원들이 노력하면 분명히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결국 대기업을 개척했고, 몇 천 명의 장애인들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백종환: 말씀해주신 것처럼 장애인 맞춤훈련을 통해 많은 장애인들이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 맞춤훈련의 의미를 요약해주신다면?
박은수: 사실 대기업들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성과로 2005년부터 공단이 삼성전자, LG전자, SK 등 142개의 국내 주요대기업과 장애인고용증진협약을 체결하게 됐고, 이후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장애인고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우수인력이 없어 장애인 채용이 힘들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기업들의 편견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 2%달성을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공단은 맞춤훈련을 통한 인재채용을 적극 제시했다.
맞춤훈련이란 각 기업의 실제적 업무에 대해 훈련하고, 기업 측에서 테스트를 통해 직원을 선발토록 하는 것이다. 기업에 이 사업을 제안하면서 “장애인들이 능력이 안 되면 받지 않아도 좋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얻게 됐다. 장애인들도 “내가 이 훈련을 통과하면 대기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기부여가 되어 더욱 성실한 자세로 임한 것 같다. 장애인과 기업,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의미에 대해 짚어보자면 우선 대기업을 뚫었다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내 최대그룹 중 하나인 삼성그룹이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갖고 자발적인 참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직업능력개발센터가 확 달라졌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직업능력개발센터는 공단 직원들의 무능력 비효율의 대명사로 비춰져왔다. 장애인중심이 아니라 공단직원들의 밥벌이를 위해 운영된다는 비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 맞춤훈련을 실시하고부터 어느 훈련기관보다 효율성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직업훈련을 담당하는 교사입장에서는 조금 힘들지 몰라도 아주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작업들을 감당해 내고 있다고 본다. 근본적인 태도와 시스템이 확 바뀐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백종환: 그렇다면 맞춤훈련의 성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났나?
박은수: 맞춤훈련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를 들 수 있다.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가 2006년 드디어 장애인고용의 물꼬를 트면서 120명의 장애인을 맞춤훈련을 통해 채용했다. 채용된 장애인들은 단순생산직이 아닌 기계 CAD/CAM, 전자회로설계, OA분야의 전문기능 인력으로 현재 삼성전자의 5개 사업장에서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 맞춤훈련을 통해 입사한 장애인들이 높은 적응력과 낮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는 올해도 200여명의 장애인을 맞춤훈련을 통해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단에서는 현재 2007년 삼성전자 맞춤훈련생을 선발하는 과정에 있으며 오는 4월 18일부터 훈련을 개시할 예정이다.
아직 장애인채용에 있어서는 초보인 삼성전자가 공단과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장애인채용의 노하우를 쌓고 장애인 적합근무 환경의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면 장애인고용률 1%, 나아가 2%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다른 대기업에 장애인고용의 모범사례를 전파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삼성전자의 맞춤훈련을 통한 장애인 채용은 다른 삼성 계열사에까지 영향을 미쳐 작년 삼성SDI(주) 20명, 삼성SDS(주)가 7명의 장애인을 맞춤훈련을 통해 채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기업의 대규모 장애인 맞춤훈련의 첫 시도는 CJ텔레닉스이다. CJ텔레닉스는 장애인 중에도 취업이 특히 취약한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 위주로 재택상담원 과정의 맞춤훈련을 실시하여 75명을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했다. 또한 효성그룹 계열사인 텔레서비스(주)도 41명의 텔레마케터를 맞춤훈련을 통해 채용했다.
이외에도 LG필립스 LCD, ASE KOREA(주)등의 대기업이 맞춤훈련을 통해 전문인력을 채용하였으며, 현재도 많은 대기업들이 맞춤훈련에 관심을 갖고 현재 공단과 맞춤훈련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백종환: 말씀하신 데로 맞춤훈련을 통해 대기업을 뚫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매우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장애인당사자들 사이에서는 하지만 맞춤훈련 대상에서 중증장애인을 배제하는 등 '경증장애인 골라 뽑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박은수: 중증장애인에 대한 고용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 공단내부 조사에 따르면, 맞춤훈련을 통해 대기업에 진출한 장애인중 35% 정도가 중증으로 나타났다. 과거처럼 무작정 경증장애인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중증장애인 고용은 공단의 숙제이자 주요목표이기도 하다.
물론 경증장애인들이 더 많은 취업의 기회를 가진 것은 사실이다. 경증장애인의 취업도 어려운 현실에서 무턱대고 중증장애인에게만 초점을 맞출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경증과 중증으로 나눠 비교할 것이 아니라 경증장애인들의 취업성과를 중증장애인의 고용활성화로 가는 단계라고 보면 좋겠다. 경증장애인들은 이미 고용현장에 많이 투입되어 있다. 이제 서서히 중증장애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또한 중증장애인일수록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중증장애인인 이사장 본인부터 잘 알고 있다. 중증장애인 고용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억울하다. 하지만 고용이라는 결과적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중증장애인들도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본적 요건을 갖춰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한다면 그건 분명 기업 측의 잘못이지만, 자유경쟁체제에서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취업시키라고 우길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중증장애인들의 취업문제는 교육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국가정책으로 중증장애인들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획기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런 기반이 갖춰진다면 중증장애인 고용,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백종환: 이른바 해바라기 마을 조성사업이 노동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의 고용에 새로운 방안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많은 장애인들이 궁금해 하고 있으니 설명을 부탁드린다.
박은수: ‘해바라기 마을’이란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작업장과 주거시설이 함께 모여 있는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을 뜻하는 것으로, 노동부 측에서 임시적으로 붙인 이름이다. 중증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국가 주도적인 새로운 고용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지에 대기업의 자회사가 입주하면 모회사의 장애인고용으로 인정해준다. 의무고용률이라는 무기로 대기업을 유인하는 것이다. 현재의 표준사업장 제도는 안정적인 일감이 없어 경영난으로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가가 지원하고 대기업이 개입해서 표준사업장을 설립한다면 매우 안정적인 표준사업장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기업들은 이동시설과 전용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채용을 부담스러워하는데, 이 단지에는 장애인중심의 작업환경, 복리시설 등을 완벽히 갖춰져 있기 때문에 기업의 장애인 고용 기피이유도 해소시키고 장애인들에게는 보다 편한 환경을 제공할 수 도 있는 것이다.
분리정책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현시점에서 중증장애인들의 안정적 취업을 위한 가장 실용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중증장애인을 따로 분리해내는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 노동자들도 고임금을 받기 위해 대기업의 지역공장에서 일을 하듯, 중증장애인들도 고임금을 받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법인과 대기업이 공동출자해 설립․운영중인 일본의 ‘태양의 집’ 고용모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은 현재 이 제도를 통해 205개의 특례 자회사가 설립됐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모형을 참고한 것이지만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훨씬 좋은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자신한다. 왜냐면 일본에서는 이 제도를 너무 일찍 시행하는 바람에 통합고용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통합 사례를 많이 만들어냈고, 이 상황에서 대기업 자회사가 활성화된다면 그 어떤 나라에서도 해내지 못한 일을 우리나라에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임기 중에 2~3개만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백종환: 장애인 의무고용인원을 채우지 못한 사업주가 납부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의 적용이 올해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된다. 지사에서 관리해야 하는 회사수가 늘어나겠다. 공단운영에는 부담이 없겠는가? 올해 울산 지사가 설립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언제 개소하나?
박은수: 의무고용 적용대상 기준이 확대되면, 관리해야 하는 업체가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우리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 벅찬 부분이 있겠다. 업무의 과중을 조절하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공단운영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장애 인구에 비하면 현재 14개 지사는 극히 적은 수다.
공단을 통해 취업의 기회를 얻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공단의 존재조차 모르는 지역 장애인들이 수두룩하다. 장애인단체들에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 장애인에게 접근성은 곧 경쟁력이 된다. 울산지사는 상반기 중에는 개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백종환: 얼마 전 통과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질문을 하나 드리겠다. 장차법 제정과정에서 의무고용제와의 충돌논란이 있었다. 재계의 주요 반대 근거로 제시했던 부분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재계의 요구였다. 두 제도를 동시에 채택하는 나라가 드물다는 근거까지 내세워 장애인계를 몰아붙였다. 이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박은수: 재계 등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보다 규제의 정도가 강한 고용의무제가 도입되어 있는 상황에서 장차법 도입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장차법을 효율성에 기초한 기회균등을 확보하는 제도로서 이해하고, 고용의무제를 형평성에 입각한 장애인고용정책으로 이해한다면 두 제도는 서로 상충되거나 중복되지 않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장차법은 제4조 제4항에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권을 실현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령 등에서 취하는 적극적 조치는 이 법에 의한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고용의무제 운영이 장차법과 상충되지 않는다. 즉, 장애인에게 더 우대하게 조치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적절한 조치다.
독일의 경우 상시근로자 20인 이상 고용주는 중증장애인을 5%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하는 할당고용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2002년부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평등’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이는 할당고용제와 장차법이 병존해 운영되는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영국은 할당고용제를 가지고 있다가 장차법을 만들면서 할당고용제를 없앴는데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
고용개발원이 주최해 이 주제를 가지고 4월중에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더 이상 기업 쪽에서 이런 얘기가 안나오도록 논리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백종환: 그렇다면 장차법은 고용적 측면에서 어떤 성과가 있나? 또한 앞으로 남은 과제가 있다면?
박은수: 장차법은 고용적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가 있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법에서도 장애인차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 장차법은 고용법보다 훨씬 자세하게 장애인차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노조가 장애인 고용을 반대하는 경우도 많은데 노조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것은 참 잘 한일 같다.
또한 장차법에서는 장애인 취업이 시설장비와 보조기기등의 설치와 도움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의 취업환경을 돕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두루뭉술한 명시규정에 만족할 것 아니라 이를 실제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차법은 이제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율성이 담보된 장차법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할 만큼 투자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떤 법이든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사회적 자원이 확보돼야 한다. 자유경제시장에서는 돈 때문에 생기는 차별이 심하다. 그렇다면 예산확보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는 사회적 편의시설을 확충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차별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직시해 장애인 쪽에 많은 투자와 사회적 재원이 가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예산확보 운동을 해야 하고, 사회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공략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이 법을 시행하는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설치 등은 모두 돈과 연관되어 있는데 예산확보 없이 현재의 상황에서 1명의 장애인을 위해 기업전체를 바꾸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장애인 차별이라 생각해 제소를 했는데, 법원이 아니라고 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인권위에서 우리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힘들 텐데, 대법원이 우리 손을 쉽게 들어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신중함을 잃어 그릇된 판례가 생겨버리면 더 이상 저항하지도 못하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장애인들이 일반적인 정서와 동떨어진 행동을 하는 집단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종환: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장애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장애인고용 촉진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되는가?
박은수: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에서는 취약계층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노동부의 ‘시행령안’에 의하면 장애인도 취약계층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어 장애인고용 확대를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취약계층의 일정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이 필요하다. 취약계층 가운데 장애인비율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일반노동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취약계층 즉 여성․고령자․노숙인․기초수급대상자․장기실업자 등이 우선 고용되고 장애인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편 사회적기업 중 ‘상법’상 회사는 회계연도별로 배분 가능한 이윤의 2/3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데,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제공 및 직업훈련,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 제공, 장애인의 사회복귀 지원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 목적”을 위한 사용으로 인정해준다면 장애인고용을 확대시킬 수 있는 있는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한편 장애인표준사업장과 장애인자립작업장의 경우 취약계층을 20% 추가로 충원하고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의 “이윤 2/3이상 사회적 목적 사용 의무” 규정과 “해산․청산 시 잔여재산 2/3이상을 다른 사회적기업 또는 공익적 기금에 기부”해야 하는 규정이 적용될 경우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장애인표준사업장의 특수성을 인정해주는 예외규정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현재 잠정적으로 논의되는 최저임금 77만원 지급 이외에 장애인표준사업장의 경우 기업 설립․운영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추가지원 등 장애인을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을 설립․운영할 경우 특화된 유인기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백종환: 보건복지부가 장애인일자리사업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장애인들은 수급권과 일자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다. 일자리사업을 떠나서 수급권자들의 노동시장으로의 편입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 없는가?
박은수: 2005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들이 사회나 국가에 대한 요구사항 1순위가 소득보장이고 2순위가 의료보장이다. 현 국민기초생활수급체계에서는 수급권과 의료급여과 연계되어 있어 장애인들의 취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현금급여와 의료급여의 통합급여 체계에서 현금급여 자격을 상실하였더라도 의료급여를 보장하는 개별 급여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 등 개선책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백종환: 복지부의 일자리사업 중에 보면 시각장애인안마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 되어 있다. 총 10개를 올해 세우는데 10억을 배정해놓았다. 반면 장애인공단은 시각장애인 헬스키퍼 사업을 추진해왔다. 시각장애인들의 안마업을 놓고 양 부처가 동시에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직업생활 보장을 위한 노력이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하나, 양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은 개선해야할 점이 아닌가?
박은수: 복지부와 노동부가 시각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접근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시각장애인안마센터 운영지원을 통하여 시각장애인 안마사에 대한 인식개선과 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공단의 경우는 그동안 안마원, 안마시술소에 한정되었던 시각장애인고용시장을 일반사업장으로 확대하여 새로운 고용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그동안 사회 일각에서는 ‘안마=퇴폐’라는 부정적 시각에 의해 시각장애인안마사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며 이는 최근 국회내에 안마원을 설치하겠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왜곡된 시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공단은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자, 시험고용 및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일반 사업체의 시각장애인헬스키퍼에 대한 채용기회를 가지도록 하고 일반 노동시장에서의 시각장애인고용을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그 예로 전년도와 올해 초에는 비교적 과중한 직무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볼 수 있는 운수회사, 콜센터 등의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하여 시각장애인헬스키퍼를 채용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규직 헬스키퍼로 채용된 시각장애인들은 고용불안이 해소되고 안정된 직장을 얻게 되어 좋고, 기업의 측면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산재예방 등의 효과와 더불어 기업 이미지 개선과 사회공헌 역할까지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종환: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사업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중복되는 업무는 어떻게 조절해 나갈 계획인가?
박은수: 우선 복지부와 우리는 주 대상이 다르다. 노동부나 공단이 정책대상으로 삼아 노력해야 할 대상은 직업적 중증장애인이라 본다. 복지부는 취업이 어려운 최중증 장애인에 대한 직업적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이에 대한 구분이 잘 안되고 있다.
보호고용이라는 영역이 있다.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아야 하고 보호를 받아야 한다. 장애인의 생산개념은 생각하지 말고 장애인 인간 존엄성을 생각해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복지부가 확실히 책임져줘야 할 부분이다. 물론 이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복지부가 보호고용이나 사회적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궁극적인 지향점은 일반고용으로 봐야한다고 본다.
양 부처간의 업무 조율문제는 분명히 필요하다. 중복투자를 피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사업대상의 우선순위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예산확보도 수월하다. 대통령산하 장애인위원회가 생겨 이런 문제들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백종환: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문제에 보건복지부가 복지와 노동문제를 동시에 관심을 갖고 생산품 우선구매법 제정이 추진하려 하고 있고, 장애인 생산품 인증제가 올해부터 도입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가 올해 수도권에 설립되어 장애인기업의 경영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게 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제 복지부 중소기업청, 노동부간 장애인고용 업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 아닌가?
박은수: 장애인의 일자리에 대한 정책을 정부 여러 부처에서 관심을 갖고 접근을 하는 것에 대하여는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복지부와 중소기업청뿐만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정책이나 건설교통부의 무장애환경조성도 결국은 장애인의 일자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결국 장애인의 일자리는 특정부처만의 접근이 아니라 범정부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이런 과정에서 서비스 중복과 효율성 등에 대한 부처간의 논의는 필수적일 것이다. 공단에서도 타 부처의 장애인관련정책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일자리와 관련한 정책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
백종환: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은 재정융자특별회계가 1천억원에 이른다. 한마디로 빚이 1천억원인 셈인데, 1년에 이자로만 40~42억원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해결방안이 있는가?
박은수: 기금 재정사정이 매우 어려워져서 기금적립금 고갈 위기에 직면하게 되어 2004년 400억원 추가경정예산응급지원을 받아 기금적립금 소진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와 아울러 의무고용 적용대상 확대, 사업성격별 적합재원 발굴·충당 등 각종 제도개선을 통한 기금재정안정 실현시 상환을 전제로 2005~2006년 재정융자특별회계를 편성한 바 있다.
수입은 보다 확대하고 지출은 합리적으로 조정·편성 노력을 통해 재정특별융자금 당초 1,000억원(05년 800억원, 06년 200억원) 대비 실적은 900억원(05년 800억원, 06년 100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노동부와 공단은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기금재정 안정화를 조기에 달성하고 아울러 안정적 사업재원 확보를 통한 장애인고용촉진 서비스의 국가 기본 책무에 충실 하고자 한다.
백종환: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에 대한 중증장애인들의 기대가 크다. 최근 보조공학 사용 사례에서 보듯 보조공학을 통해 변화된 중증장애인들의 생활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보조공학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생활이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시는가?
박은수: 보조공학은 장애인의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안 대체 전략으로 장애로 인한 기능저하 또는 상실을 보완 대체할 수 있으며,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단이다.
보조공학 지원은 장애인의 일상생활, 교육, 고용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의 자립을 향상시킨다. 특히 보조공학은 장애의 경감이나 완화를 통해서 취업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로써 중증장애인읜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는 중증장애인의 노동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 사업주가 만족하여 장애인의 고용확대로 이어지는 장애인 고용의 선순환을 촉진함으로써 장애인 고용에 크게 기여한다.
아직은 보조공학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 관련 기업들이 부족하고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기업의 첨단과학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보조공학에 접목된다면 장애인 직업 영역은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는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 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는 보조공학기기 33개 품목의 115개 제품을 선정해서 상용지원기기와 개인의 장애특성에 맞는 맞춤기기를 장애인근로자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하는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이면서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가족과 직장동료들도 기기를 무료로 대여해서 체험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으니 보조공학기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 바란다.
출처 : 에이블뉴스<정리/주원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