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교원임용고시 합격수기-②황세경씨
지난 2006년부터 교원분야의 장애인의무고용 적용제외율이 폐지됨에 따라 2007학년도 초중등교원 임용고시부터 장애인 5% 구분모집이 시작되면서 임용고시에 대한 구직 장애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처음으로 장애인 교원임용고시 준비반을 가동해 2명의 합격생을 배출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전직업능력개발센터와 함께 합격생들의 수기를 싣는 특집을 마련했다. 두 번째 글은 올해 3월부터 근무하고 있는 전주 선화학교 중등부 교사 황세경(31·뇌병변장애1급)씨의 수기이다.
합격해야만 한다는 엄청난 중압감속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말 합격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합격을 하고, 발령을 받아 근무를 하면서 합격수기를 쓰고 있다니 꿈만 같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힘들어하고 있던 지난해 7월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바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온 전화였다. 전에도 몇 번 전화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전화의 내용은 직장에 다니는지, 장애의 정도는 어떤지, 일을 할 생각은 있는지 등 나의 상태만 확인하는 전화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직장인데 직장을 소개하겠다는 말은 없고 몇 년 째 같은 질문만 반복하는 공단이 내심 원망스럽기도 했다.
임용고시반 전화 받고 가슴이 뛰어…
그런데 이번 전화는 달랐다. 국가에서 장애인도 교사로 채용될 수 있는 법이 통과 되어 장애인교원임용과정을 운영하게 되었으니 응시해보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가슴이 막 뛰었다. 교사라면 내가 전공한 학문이고 게다가 장애인을 교사로 채용한다면 특수교육을 전공한 나에게 가장 타당한 명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나는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과 깊은 상의도 없이 바로 지원서를 작성하고 임용준비과정에 도전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 내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임용시험이 정확히 4개월 정도 남은 시점의 전화 한통이 지금의 내 모습을 있게 한 것이다. 누가 감히 생각할 수 있겠는가?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시험에서 단 4개월 공부해서 합격할 수 있으리라고….
지원서를 접수하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남편과 아직 태어난 지 3년도 안 된 아들 때문에 걱정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상황을 이해하고 용기를 주었고,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아이 교육은 물론, 먹을거리마저 보장이 안 되니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었다"
임용시험을 정확히 3개월 남겨두고 대전직업능력개발센터 생활관에 들어 왔다. 첫날과 둘째 날은 아이 생각에 저녁이 되면 우느라 식사 하는 것도 힘들었다. 조금씩 마음을 다잡으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무슨 책을 가지고 공부해야할지 모든 것이 막막했다. 같은 과목을 공부하는 친구에게 책도 빌리고 자료도 빌렸다. 친구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교재나 자료를 준비할 경제적, 시간적 여건이 모두 어려웠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학 인터넷강의와 직강, 전공과목 인터넷강의, 그리고 친구가 빌려준 전공수험서 한 권! 이것이 내가 가진 ‘총알’의 전부였다. 인생을 변화시킬 ‘전쟁터’에 나가야하는 나의 절박함에 비해 가진 것은 너무 빈약했지만 나는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하고 두 달 동안 나는 하루 4시간이상 자지 않았다. 그렇다고 낮에 졸거나 허비한 시간도 거의 없다. 먹고 자는 시간과 먹고 난 후 15분 정도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 눈은 모두 책과 컴퓨터에 꽂혀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두 번의 임용시험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99년 시험은 지금 생각해도 아깝다. 1차 시험을 당당히 합격하고도 2차 면접에서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떨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내 마음의 상처는 무척 크고 오래갔다. 부모님도 많이 아파하셨고 다시는 임용시험보지 말라고 하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년 뒤 다시 도전했지만 도리어 1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이 길은 내가 갈 수 없는 길이구나 하고 포기했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스터디 권장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두 번의 시험보다 이번 시험 준비가 공부한 양과 집중도, 정보력에서 가장 내실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했고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아이를 친정어머니께 맡겨두고 공부하는 엄마의 마음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만큼 절박했고 잠시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교육학 인터넷강의는 직강시간이 되기 전에 예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런 노력이 직강시간에 효과를 발휘하여 직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전공과목은 반복에 중점을 두었다.
많은 내용을 알기보다 기본에 충실하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소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더 많은 것을 공부해야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과 두려움도 있었지만 기본을 알아야 응용을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인터넷강의를 두 번 반복해서 듣고 기본 수험서를 4번 정독 독파했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공부의 체계보다는 여러 번 반복하여 기억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지금 공부하려는 후배들에게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권하고 싶다. 달라진 문제의 유형이나 내용으로 보았을 때 한 강사에 의존하기보다 마음 맞는 전공친구와 스터디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머지 한 달은 자는 시간을 한 시간 늘리고 공부에 있어서 흐름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예상문제나 기출문제를 확인하고 모르거나 틀린 문제는 반드시 물어서 확인하였다. 틈틈이 아이를 만나러 전주에 와야 했지만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는 시간의 낭비는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꼭 합격해야했기 때문에 응시지역을 결정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나는 무려 4군데에 원서를 냈을 만큼 갈등이 심했다. 그러나 시험은 한 군데 밖에 볼 수 없다. 가능하면 연고지에 원서를 내고 혹시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들거나 걱정스럽다면 한 군데만 더 결정하여 원서를 내라고 말하고 싶다. 원서비용이 너무 아깝다. 액수도 액수거니와 고민하고 갈등하는 시간도 심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자신감만큼 강한 총알은 없다”
이제 내 이야기는 이쯤하고 같은 시험을 준비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몇 가지 전할까 한다.
첫째, 자신감을 가져라. 불안하고 초조할수록 할 수 있다는 최면을 자신에게 걸어라. 긍정적인 생각과 할 수 있다는 의지만큼 강한 총알은 없다.
둘째, 공부하는 계획을 세워라. 큰 계획을 머릿속에 가지고 그 계획에 맞는 하루 계획을 세워서 점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라. 아침에 일어나기 전 혹은 잠들기 전 이불속에서 하루를 반성하고 내일의 학습량을 정하라.
셋째, 쉴 때는 아무 생각 말고 쉬어라. 쉬면서 불안해하고 이렇게 놀아도 될까 걱정하려거든 쉬지 말고 공부해라. 하지만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아무 생각 말고 편히 쉬어라. 쉬는 것도 전략이다 편히 푹 쉬면 쉰만큼 공부해야한다는 의지와 의욕도 더욱 강해진다.
넷째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 실제로 내가 공부한 시간은 매우 짧았다. 하지만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기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전념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대전직업능력개발센터에 감사한다. 공부할 수 있는 훌륭한 시설과 자료, 최대의 편의를 제공해주었다. 생활이나 숙식 모든 면에서 참 편안하고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잘해 주었다. 정말로 감사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공부해야만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 답이 확실하면 확실할수록 원의가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바로 그 대답이 나태해지려는 유혹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후배들에게 신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하며….
출처 : 에이블뉴스<기고/황세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