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 이해해주는 단 한사람의 역할”
사회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심어줘
서울DPI는 지난 해 7월부터 장애여성 e-랑(www.e-ramg.or.kr) 사이트를 열어 멘토링과 노동상담을 통해 장애여성의 일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장애여성 역량강화 네트워크사업을 진행해왔다. 서울DPI는 서울시 장애여성 일자리적응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이번 사업을 마무리하며, 지난 22일 오후 2시부터 서울여성프라자 4층에서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멘토링 사업이 남긴 의미와 성과를 짚어봤다.
장애여성에게 멘토링이 절실했던 이유
서울DPI는 멘토링은 장애여성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이 노동을 통한 사회참여를 전제로 해야만 성립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취업준비 장애여성과 취업 장애여성의 실질적인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역량강화 및 취업유지를 강화하려는 데 이번 사업의 목적을 뒀다고 설명했다.
장애여성 역량강화 네트워크 정지영 사업총괄팀장은 “네트워크 사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거의 없는 장애여성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멘토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여겼다”며 “멘토링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참여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비장애여성들에게도 매우 유효한 프로그램이지만, 장애여성은 기본적인 교육의 기회조차 누리지 못한 채 분산 고립되어 있는 탓에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장애여성으로서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 경험을 이해해주는 단 한사람만 있어도 용기를 낼 수 있었을 텐데 혼자서만 감당하느라 혹독한 시행착오와 좌절의 세월을 보낸 선배 입장에서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걸어온 전철을 밟지 않게 해야겠다는 동기도 충분히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반기로 갈수록 활성화된 멘토링
이번 사업의 멘토는 공개모집과 추천방식모집 결과 총 28명이 지원했다. 멘티는 되도록 광범위한 단위에서 다양한 그룹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했으며 총 62명이 가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가입한 대부분의 장애여성들은 장애인단체 사업에 처음 참여한 경우였다. 이에 대해 정 팀장은 “여성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단체 활동에 합류하기를 주저하다 여성들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네트워크 사업의 오프라인 멘토링은 후반기로 갈수록 활성화 됐다.
인터넷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것과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환경의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한 정 팀장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마음의 문이 열린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후반기엔 활성화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결과 참여자들 대부분의 만족도는 전체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네크워크 활동에 대해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92.3%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네트워크 활동이 ‘장애여성들의 소통과 공감의 장의 역할’을 했고 ‘현실과 사회를 알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및 강사에 대한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91.6%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강사 및 진행자들이 ‘장애여성의 입장에서 인생의 선배로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여 진행’했고 이를 통해 ‘사회참여활동에 대해 동기부여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참여자들의 78.6%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본인에게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참여자들은 네트워크로 ‘직업을 비롯한 여러 고민들을 나눌 수 있었다’, ‘사회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여러 가지 관련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왜 자아인식 평가가 더 낮아졌을까
한편 네트워크 사업의 실시 전과 실시 후 자아인식에 대한 평가한 결과, 참여자 대부분이 네트워크 사업 참여 전보다 네트워크 사업 참여 후 자아인식을 더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정 팀장은 “다소 의외의 결과지만 참여자들이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자신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었던 생각들을 보다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자아인식 값의 일시적 감소가 나타난 것으로 보여 진다”고 말했다.
이날 여성과 멘토링에 대한 주제발표를 한 언니네트워크 운영위원 나비야씨는 “여성운동은 치유의 과정이며 이를 통해 내 삶의 변화를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자신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말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장애여성 역량강화 네트워크 사업팀은 “장애여성 활동에 여성적 관점이 중요하지만 실제 실천에는 아직도 그러지 못하다”며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맹혜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