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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애인을 불효자로 만드는 사회2007-02-12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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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 빼내는 고통 '가족이 알아서 하라'
사회로 나온 중증장애인 온몸으로 시위 중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라는 것은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다.

루게릭병으로 방안 침대에 누워서 사는 박승일씨. 나보다 더한 전신마비장애로 자원봉사를 하는 왕태윤씨. 그리고 전신마비장애로 보험영업을 하는 나. 서로는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평생을 그저 방안 침대에 누워서 꿈도, 희망도, 목표도 없이 이 사회와 자신의 장애를 비관하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장애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그 장애보다 더 힘들고, 괴롭고 ,참기 힘든 것은 바로 이 사회와 단절된 채 평생을 방안 침대에 누워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창살만 없다뿐이지 감옥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걸 알기에 인터넷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은 어둠속의 한줄기 빛처럼 희망으로 다가왔고, 그 희망으로 세상 속으로 한걸음 나아가서 목표와 꿈을 갖게 되었다. 루게릭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루게릭요양소 건립, 미신고 장애아동시설의 처우개선을 위한 자원봉사활동, 보험영업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는 나.

서로가 다른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 사회에서 해주지 못하는 걸 하고 있다는 것에서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활동 뒤에는 또 다른 고통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의 고통이다.

모두가 손과 발을 사용할 수 없는 중증의 장애인이다 보니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하물며 대·소변까지도 가족의 손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예로 들자면, 99년 장애를 가진 이후에 부모님은 나의 장애로 인해서 두 분이서 마음 놓고 여행한번 가보시지도 못하고, 하물며 당일이라도 거리가 조금 먼 곳도 가시지 못했다.

그 이유는 나의 장애가 단순히 손과 발을 못 쓰는 것뿐만 아니라 중추신경의 마비로 대·소변기능도 마비되어서 소변이 차면 ‘넬라톤’이라는 긴 줄을 요도를 통해서 방광으로 강제로 밀어 넣어 소변을 빼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침대에 같은 자세로 누워있으면 몸의 눌려있는 부위에 피가 통하지 않아 바로 욕창이 생길 우려가 있어 최소한 3~4시간에 한번은 자세를 바꿔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아직도 적응이 안 되고,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대변을 보는 일이다. 좌변기에 않을 수 없어 4일에 한번 좌약을 넣어 침대에 누워 아버지가 배를 누르고. 어머니가 신문에 받아 내신다. 장애를 입고 8년이 지난 지금도 적응이 안되는 정신적인 고통이다.

그리고 2년 전, 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다. 병원에서는 2주정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해서 입원하셨는데 입원하신지 4일도 안돼서 퇴원하셨다. 그 이유는 아버지 혼자서 나를 돌보는 것을 힘들어 하셔서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퇴원하신 것이다.

나의 장애로 인해서 몸이 아프신 데도 불구하고, 마음 편히 치료도 못 받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나의 장애가 단순한 장애가 아닌 불효의 장애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3년 전에 큰 이슈가 되었던 뉴스가 기억이 난다.

호흡신경도 마비가 되어 목에 구멍을 뚫어서 기계로 호흡을 하는 전신마비장애를 가진 딸을 아버지가 기계를 꺼서 딸을 숨지게 하였다는 기사였다.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남아있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딸의 오랜 간병으로 어머니는 몸도 쇠약해지고, 치료비와 약값으로 가세는 점점 기울어져만 가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딸을 포기하는 길이었다. 기사의 말미에 기자가 한 코멘트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것은 아버지의 선택이 아니라 이 사회가 방관한 선택이었다고…."

루게릭병으로, 뇌성마비장애로, 전신마비장애로 고통 받는 장애인은 단순히 개인의 장애로 인한 고통이 아닌 가족의 고통으로 전가 되어 불효 아닌 불효자가 되었다.

OECD가입국 중에 경제순위가 12위인 나라, 그래서 정부에서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고 홍보하지만 그와 반대로 사회복지는 54위로 거의 꼴찌인 나라. 그것은 한국의 잘못된 가족중심제도도 한몫했다. 효 사상이라는 것과 가족의 문제는 가족이 해결하라는 가족중심 제도는 한마디로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복지를 가족으로 전가하는 형태일 뿐이다.

평범했다면 결혼하고 자식을 나아서 며느리의 보살핌과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실 연세에 반대로 중증의 장애를 가진 자식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인 양 돌보시는 모습에서 가끔씩은 내가 살면 살 수록 부모님께 더 한 고통을 드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많다. 그러면 결론적으로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그런 가족의 고통을 알기에 박승일씨는 열심히 눈동자로 말한다. "가족의 고통을 덜어 줄 루게릭병 요양소건립을…." 그리고 나와 왕태윤씨 또한 말한다. 활동보조인제도화를 통해서 가족의 고통을 덜고, 그래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위해서 지금도 자원봉사와 직업을 가지고 온 몸으로 시위(?)중에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불효자’의 마음으로 출근준비를 한다.

김영주의 사연 - http://blog.daum.net/21konan/7846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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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윤의 사연 - http://blog.daum.net/21konan/10479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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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의 사연 - http://blog.daum.net/21konan/987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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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99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장애를 입었으며, 현재 삼성화재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출처 : 에이블뉴스<김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