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비디오 장애인의 꿈을 찍다
주말이었던가요. 비스듬히 누워 눈으로만 티비를 쫓고 있었죠. 화면이 바뀌어 뮤직 비디오가 흘러 나왔는데요. 거칠고 힘 있는 목소리, 윤도현이었습니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전자 밴드의 경쾌한 리듬을 훌쩍 날아오르는 노래 소리. 꼼짝하기 싫던 나른함이 조금씩 사라져 버렸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장애인인 척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진짜 장애인이었습니다. 반가움에 초점을 맞추었죠.
식물성의 길쭘한 맑은 얼굴을 가진 청년이 줄지어 주차된 차량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마른 두 팔뚝으로 핸드폰을 받쳐 들고 뭔가를 찍고 있네요. 무얼 찍는 걸까요.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흑백 화면엔 간간이 낡은 영화처럼 검은 비가 죽죽 그어집니다.
청년과 엇갈려 윤도현이 마이크를 잡아먹을 듯이 노래합니다. 열기를 뿜어대는 라이브 공연장. 그리고 다시, 엎드린 청년은 뭔가를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고 있습니다.
4분 정도나 될까요. 컵라면을 먹고, 휠체어를 밀고, 힘주어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데생 연필을 잡는 생활이 진지하게 꾸밈없이 펼쳐집니다.
노래 가사가 참 절묘하지요. “살이 터져 허물 벗어 한번 두 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젠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나비처럼 팔을 벌리던 청년의 모습에 머릿속이 화해져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라는 노래였네요. 이 뮤직 비디오에는 꽤 긴 사연이 숨어있었습니다.
22살의 전성춘. 성춘씨는 공부를 하기 위해 4년 전 장애인시설을 스스로 나왔습니다. 지금은 춘천동원학교 고등부에 다니며 단칸방 자취생활을 하고 있죠.
담임선생님은 말합니다. “처음에는 나이도 있는데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워했어요. 하지만 30살에는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고, 40살에는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70살엔 자동차 모터쇼에 출품한다는 구체적인 꿈을 갖고 있어요.”
곱셈도 잘하지 못하고, 손발도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어눌하지만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청년. 마음은 앞서는데 현실이 벽으로 다가올 때면, ‘나는 나비’를 틀어놓고 우울을 날리는 청년.
게임 사이트 ‘한게임’에선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는데요. 손힘이 약한 성춘씨가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 맞춤 PC지원 캠페인’으로 찾아간 것이죠.
입이 귀에 걸린 성춘씨. 자동차학과 교수님도 만나고, 그림 지도도 받으며 꿈을 향해 다가갑니다. 이렇게 완성시킨 자동차 디자인은 ‘스키드 러시’라는 레이싱 게임에서, 비록 게임 속에서지만 스포츠카의 위용을 뽐내며 질주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한게임 해피빈’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게이머들의 댓글 응원도 받았고요. 윤도현 밴드의 뮤직 비디오로까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노력하는 사람에, 박수쳐주는 사람들. 짧은 뮤직 비디오에 뒤따라온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는데요. 저만 그런가요. 가끔 가끔, 세상은 달려가는데, 날아가는데 나만 한없이 뒤처져 있는 것 같아집니다. 그럴 때 추천하는 뮤직 비디오. 성춘씨의 포기하지 않는 에너지에 전염되고 싶네요.
윤도현 밴드 ‘나는 나비’ 뮤직 비디오 보기
덧붙여 ‘성춘 이야기’ 동영상, 가수 윤도현의 메시지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칼럼니스트 예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