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소식란
소식란

제목의사, 변호사…전문직도 무너진다2005-09-08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전문직이 흔들리고 있다.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이른바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 중 파산하거나 아예 다른 직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빚더미에 눌려 자살하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불경기 탓도 크지만 전문직 시장의 수요공급 구조 변화가 이들 직업군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증 하나로 인생을 보장받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워낙 빚이 커서 언제 다 갚을지 암담합니다.”

친구의 병원에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외과전문의 하모(남·40)씨는 현재 은행 빚이 20억원이다. 2003년 8월 경북에서 운영하던 병원이 부도를 맞은 이후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한때 72명의 직원으로 월 5000만원의 순수익을 올렸지만, 군소병원이 난립하면서 그의 병원은 급전직하했다. 인천에서 산부인과를 하고 있는 신모(남·39)씨는 요즘 의사 면허를 포기하고 직종을 전환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는 1997년 인하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대형 병원에서 봉급 의사로 일하다 올해 1월 친구와 동업으로 개인 병원을 열었다. “반년이 넘게 지났으나 간호사 인건비와 건물 유지비를 대기도 빠듯하다”는 그는 “빨리 접는 게 덜 손해 보는 길 같다”고 했다.

작년 6월에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마취과 전문의 김모(45)씨와 부인 이모(42)씨가 동반자살했다. 주변 사람들은 명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개업한 지 11년이 지난 김씨가 2~3년 전부터 경영난으로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작년 4월,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도 40대 정형외과 의사가 개원할 때 빌린 8억원을 갚지 못한 데다 퇴직금 지급 문제로 병원 직원들과 다투게 되자 자신의 팔에 스스로 마취약을 놓아 자살했다. 작년 2월에는 경북 김천시에서 산부인과를 하던 전모(47)씨가 10억원의 빚을 이기지 못해 목을 맸다.

30인 이상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보다 일반 의원들의 경영난이 더 심각하다. 서울에서 폐업한 의원은 작년 한 해 동안 387개였지만, 올해는 벌써 작년의 2배에 육박하는 673개나 된다.

대한의사협회 홍보실의 김광석씨는 “현재 전국 41개 의대에서 매년 3000명의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적체된 의사들 숫자가 공급 과잉을 불러 극심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살아남기 위한 일부 병원들의 ‘몸부림’은 안쓰러울 정도다. 안양에서 개업한 지 26년째 되는 김모(남·58)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동네에서는 독보적인 이비인후과 전문의였다. 하지만 주변에서 개업하는 병원이 늘어나자 인건비와 건물 관리비를 대기에도 벅찼다. 생각다 못한 김씨는 얼마 전 전공과는 상관없는 피부관리실과 비만관리실을 차렸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