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장애인도 입증책임 능력 있다”
장애인계 “소수계층 현실 모르는 소리”
경제계와 장애인계 왜 충돌하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여부를 두고 장애인계와 경제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제계의 입장을 대표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의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장차법을 반대하고 있고, 장애인계는 ‘장차법을 반대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피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왜 경제계와 장애인계는 충돌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9월 열린 ‘실효성 있는 장애인차별 해소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경총 이호성 경제조사본부장의 토론문과 8일 장추련이 발표한 ‘장차법을 반대하는 경총의견 반박문’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살펴본다.
쟁점④-입증책임전환
우리 민사소송 체제하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그러나 장차법 안에 ‘입증책임의 전환’ 제도가 도입되면, 장애인에게 가해진 차별에 대해 가해자 측에서 그러한 행위가 없었다거나,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입사시험에서 탈락했을 경우, 장애인이 차별받은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측에서 장애인에 맞는 시험환경을 제공했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직원을 선발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에 대한 기업의 책무가 강화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장애인 근로자 전체가 입증책임의 능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은 제도라고 반대하고 있고, 장애인계는 장애인의 감수성을 감안하면 입증책임을 피진정인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 입증책임 능력 약하지 않다”
vs “장애인의 현실과 감수성을 감안하라”
▲경제계=입증책임의 전환은 매우 예외적인 것으로, 장애인 차별에 대해 이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경제계의 주장이다.
경제계는 “고용차별 소송에서 근로자의 피해사실 입증이 어렵다고 하나, 대기업 노조원은 노사관계에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고용관련 회사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전문직 종사자는 관련 법 지식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포함한 장애인 근로자 전체가 입증책임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정신적 미약자의 경우 스스로 피해자임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하나 법률적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법적 보호 문제는 현행 소송제도 하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제계는 “굳이 입증책임을 전환하지 않아도 고용차별 소송에서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한 고용차별 사실을 주장하면, 가해자는 차별이 없었다는 사실 또는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합리적인 차이임을 설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증전환을 굳이 법으로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계=장애인계는 “입증책임 전환제도 없이도 피진정인이 차별받은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입증책임 전환이 필요 없다는 경제계의 주장은 소수계층의 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애인계는 피진정인이 입증책임을 지는 것은 우리의 법제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제조물책임법’에서는 제조업자가 과오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피진정인이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
장애인계는 “입증책임의 전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권에 대한 문제에서 소송법상의 입증책임원칙보다 좀더 강하게 피진정인에게 그 이유와 정당성을 묻고 있는 것이며 헌법상 평등원칙의 실현에도 부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인계는 “경총은 노조가 조직적으로 사측에 대응하고 있으므로 장애인들이 상대적으로 입증 수단이 약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장애인들의 현실성을 감안하지 못한 주장”이라며 “장차법안에 노동조합 활동에서의 차별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과 이해감수성을 감안하면 입증책임을 피진정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며 법리에 어긋남이 없다”고 주장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