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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서울시, 공무원 시험 시각장애인 거부2006-10-04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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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 점자시험지 안주고 퇴실도 막아
원서접수 거부당한 장애인도 있어…인권위에 진정

시각장애인은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지난 10월 1일 진행된 ‘2006서울시공무원임용시험’에는 서울서 공무원 시험사상 가장 많은 응시인원인 1만5천여 명이 시험을 치렀지만, 1·2급 시각장애인들은 서울시의 거부로 단 한명도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서울시의 내부 지침에 ‘시·청각 능력이 있는 자’만이 응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서울시 측이 시험접수 자체를 거부하거나, 점역시험지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서울시가 차별적 선발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시험응시 권리를 원천봉쇄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와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는 2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 공무원 시험 시각장애인차별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시각장애인 차별사례 3건을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시, ‘행정능력 없다’는 이유로 접수 거부

“시각장애인에게 점역시험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의 공무원 선발 기준입니까?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고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행정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시험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비참함 뿐이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사례발표자로 나선 시각장애 1급 강윤택씨의 증언이다. 강씨는 2006 서울시 공무원 임용시험(9급 사회복지직, 장애인 부문)에 응시하기 위해 지난 8월 구로구청을 찾았다. 하지만 구청직원은 강씨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원서접수를 거부했다.

강씨는 자신이 특수학교 교사자격증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근무처에서 사무직을 맡고 있음을 설명하며, 시험접수를 받아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결국 구청 공무원은 강씨의 원서를 접수받았다.

구청이 강씨의 원서접수를 거부한 것은 서울시의 공고 규정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법 공무원 임용시험을 통해 ‘행정직 7·9급 공무원’ 42명과 ‘기술직 7·8급 공무원’ 5명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는 공고를 냈다.

하지만 이 규정의 응시자격의 기타사항에 보면 ‘장애인응시자는 행정업무 수행능력(필기, 시각, 청각)이 있는 자’에 한해 선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즉, 시·청각 장애인은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것.

‘점역시험지’ 제공거부…문제유출 우려해 퇴실불가 조치

우여곡절 끝에 강씨는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정작 문제는 시험 당일이었다. 서울시 측은 강씨에게 점자시험지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험문제 유출우려가 있다며 강씨를 독실에 1시간 40분 동안 머물게 했다. 결국 강씨는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시험 전부터 인사과와 제1 인사위원회에 점역시험지를 제공해 줄 것을 몇 번이나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점자 문제지를 제공할 수 없으며 시험장에 나오지 말라는 답변을 해왔다. 또한 시험 당일에는 본부석에 찾아가 대필자라도 제공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요지부동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험문제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퇴실도 불가하다며 교실 밖으로 내보내 주지 않았다.”

강씨는 “장애인을 특별 고용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면서 시·청각 장애인들은 시험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장애유형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면서 “서울시의 입맛에 맞는 장애인이 진정한 장애인인가 묻고 싶다”고 목청을 높여 따졌다.

이번 시험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시각장애인은 강윤택씨 뿐만이 아니었다. 시각장애인 안승준씨는 원서접수 자체를 거부당했으며, 약시장애인인 최모씨는 뇌병변 장애인용으로 제작된 확대답안지만 제공받았을 뿐, 확대시험지를 제공받지 못해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차별의 문제, 공동으로 대처하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장애인의 가슴을 찌르는 칼날이 되고 있다”면서 “장애인의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국가를 어찌 민주국가라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박김 대표는 “이는 비단 시각장애인에 국한되는 차별이 아니라 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한 공무태도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장애인계 전체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 안승준 기획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는 장애인공무원 선발 제도를 개선하고 장애인들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보장해야한다”면서 “정중한 사과와 차후 명확한 개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총 3가지다. 정부는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공무원 의무고용제를 세부적으로 검토하여 제도적 개선을 마련하라는 것, 서울시는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점자시험지 배부를 받지 못한 장애인에게 재시험의 기회를 마련하라는 것, 오세훈 시장은 말도 안 되는 제도의 피해를 본 장애인들에게 공개적으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즉각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주원희 기자>